2009. 1. 25. 23:45ㆍ삶의 잡동사니
놀랬습니다.
전 솔직히, 그리고 버르장머리 없이 이야기해서 선배님을 말이죠,
술이나 잘 퍼 마시고,
위세나 부리려고 폼을 잡고,
고상하게 보이려고 화선지를 매만지는
그러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예전에,
못돼먹고 방정맞은 제 삔 눈에
선배님이 훌륭한 분이란 걸 제대로 볼 리가 없었지요.
생각지도 못한
선배님의 수필집을 받고나니
제 눈이 멀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선배님의 수필집을 보고
전 솔직히, 그리고 아부하는 마음 전혀 없이 이야기해서 선배님을 말이죠,
마음이 깨끗하시고,
욕심을 누르면서 생을 사는 도를 닦으시고,
술 말고도 풍류를 즐기시고,
얼굴에 풍기는 차분함과 슬기로움, 그리고 자애로움을
고운 마음 간직된 오랜 세월의 삶으로 얻으신
그런 분으로 알았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제야,
그나마 철들고 바라보니
선배님이 훌륭한 분이란 걸 제대로 알았습니다.
좀 섭섭합니다.
진작 무지몽매한 후배에게
내 이런 사람이다 하고 알려주시질 않아서 말입니다.
못 알아들어도 여러 번 기회는 있었을 텐데.
아주 죄송합니다.
이제야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니 말입니다.
뒤늦은 어리석은 후배의 무례함을 꾸짖어 주십시오.
선배님이 성경을 필사하셨다니, 오호!
더구나 구약까지, 참 나!
세월 가는 동안 만년필촉이 뭉툭하고 부드럽게 닳듯이
선배님의 눈과 마음도 고와지고 예뻐졌습니다.
이제야 칠순입니다.
아주 많은 세월 더 바쁘게 보내셔야죠.
마음의 평화와 신체의 건강이 언제나 선배님과 함께,
그리고
주님과 함께 하시길........
철부지 석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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