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를 읽고

2009. 2. 14. 15:12삶의 잡동사니


예전, 직장생활 초기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는 제대로 된 글, 읽을 만 한 글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글께나 쓸 줄 아는 좀 젊은 중이 내면에 별로 차지도 않은 주제에 난 체를 하는 것으로 넘겨버렸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물소리 바람소리”, “텅 빈 충만”, “버리고 떠나기”등 십여 권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스님의 깨끗하고 절제된 마음과 맑은 행동을 흠모하게 되었고,  “맑고 향기롭게”와 최근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고 나서는 스님이야말로 진정한 수도승이라고 인정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존경하는 스님을 찾아뵙는 극성을 부린 적이 없는, 더구나 절간을 찾아 손을 모을 줄 모르는 중생이긴 하지만, 스님이 쓴 거의 모든 책들을 접하면서 불자의 마음가짐을 가져보려 애쓰기도 하였으며, 겉핥기나마 불경관련 책도 손에 쥐어보기도 하였다.

 텃밭생활을 하면서는 “홀로 사는 즐거움”에 빠져서 아마도 스님의 생각과 행동을 많이 받아들이려 하였고, 텃밭의 농막에서 홀로 사는 맛을 즐기기도 하였었다.

  

 수필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쓴 수필을 모아 책을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글쓴이의 사고와 사상과 행동과 인생이 함께 어우러져 일관된 얼굴과 맑은 향이 녹아있는 좋은 수필들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수필들을 모아 열댓 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님의 수필은 맑고, 깨끗하고, 향기롭고, 무욕하고, 풍부하고, 좋다.

언제 읽어도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가볍게 한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기 전, 특히 텃밭에서 혼자 고요한 적막과 함께 어둠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두세 편의 수필을 보고 마음을 가다듬으면 더욱 좋다.

그래서인지 집이나 텃밭의 농막이나 잠자리 머리맡에 자리끼 대신 항상 스님의 책을 두어 권씩 두고 잡히는대로 펼치는 대로 읽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으면서 마지막 장을 넘기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글쓴이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에 혼선이 온다.

스님의 연세로 보아, 좋은 글을 부지런히 써서 또 다른 한 권의 책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하기에는 좀 무리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 이름이 왠지 마음에 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 ‘임종게와 사리’란 수필과 여타의 글에서 느껴지는 것은 텅 빈 충만,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등의 느낌과 상통되어 진다.

 

 스님은 이미 삶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으신 것 같다.

마무리 단계가 어떻고,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는 중생으로서 답답한 마음이지만 스님의 마무리 단계는 아름답고, 맑고, 향기롭고,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스님의 마무리 단계를 바라보는 중생이 살아있음을 고맙게 느끼고, 어떠한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터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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