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땅콩

2009. 3. 12. 15:29삶의 잡동사니

 땅콩은 내가 좋아하는 기호식품 중의 하나이다.

다른 기호식품인 마른오징어를 구워 함께 먹으면 맛의 상승작용이 크게 일어난다.

텃밭에 땅콩을 기르면서부터 땅콩을 사먹지를 못한다. 어쩌다 볶은 땅콩을 사서 먹으면 텃밭땅콩에 길들여진 내 입맛엔 영 맞지를 않는다.


 땅콩은 토질만 맞으면 텃밭에서 쉽게 재배하며 즐길 수 있다.

별도로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병충해도 별로 없으니 유기농텃밭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작물에 해당되는 것이다.

거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인분주나 재를 한두 차례 뿌려주거나, 세 네 차례 잡초 다스려줄 때에 베어낸 잡초를 땅콩 두둑에 깔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만이니 취미농군이 비지땀을 흘리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봄철이 되어가니 겨우내 말랐던 땅콩의 맛이 변했나보다.

주로 껍질째 삶은 뒤에 물기를 빼고 적당히 볶은 뒤에 까서 먹었는데 수확한지 네다섯 달 지나 수분이 부족해서인지 씹을 때 뻑뻑하고 맛도 덜하다.

겨우내 입안이 심심할 때 수시로 먹던 땅콩이 이제 얼마 남지를 않은데다가 변한 땅콩 맛에 아쉬움이 많았다.


 삶고, 찌고, 볶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텃밭땅콩을 먹다가 텃밭에 땅콩 심을 계절이 다 되고서야 맛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을 찾았다.

 땅콩의 딱딱한 겉껍질을 벗기고 나서 밤새도록 물에 담가두면 줄어들었던 땅콩이 물을 먹어 탱탱하게 부푼다. 탱탱하게 살이 오른 땅콩을 냄비에 넣고 푸욱 삶는다. 땅콩을 삶을 때에 굵은 소금을 적당량 넣고 삶으면 약간 짭짜름한 땅콩이 된다.

수확하고 바로 삶아서 먹는 맛과 거의 같은 맛에 입이 즐겁게 된다.

땅콩을 먹을 때 속껍질을 버리지 말고 같이 먹으면 더 맛이 있다.

 점심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줌 잡은 땅콩 알이 입안에서 오독오독 아삭아삭 씹히며 단맛과 고소한 맛을 내다가 순식간에 뱃속으로 사라진다.

또 한줌 잡아본다.

오늘 저녁밥은 반으로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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