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7. 00:34ㆍ삶의 잡동사니
오랜만에 인사동에 갔다.
예전 직장생활을 명동, 무교동 등 도심에서 주로 한 관계로 인사동은 언제나 불편없이 점심, 저녁식사나 몇 잔 술을 즐겨 먹고 마시던 곳이다. 또 한정식 집은 언제나 한담과 고스톱을 즐기던 사랑방이었다. 한정식 집마다 음식에 특색이 있고, 주인의 정감이 유별나 오랜 세월 지나도 못 잊어 다시 찾는 집이 많았었다.
일당들과 점심약속을 인사동 뒷골목 지리산이란 곳에서 했다. 오랜만에 보는 주인 아주머니가 백수된 중늙은이를 알아보고 반긴다. 기분이 좋아 깔끔한 음식과 함께 동동주 서너 잔을 마시니 한낮에 술기운이 적당히 오른다. 내친김에 월 1회 흠뻑 즐기는 당구를 치다보니 아예 가벼운 저녁내기까지 하여 거리의 휘황한 불빛에 촌놈의 몸까지 내맡기게 되었다. 봄날에 백수들 즐거워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걱정 많은 세월이지만 흐트러짐에 살짝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하고 자장면과 함께 한 잔 술 더 따르면서 말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인가? 조선극장 터에 심은 대나무가 제대로 자라고 있다.
인사동 거리에 즐비한 상점들은 오만가지 잡다한 상품의 진열로 눈이 어지럽다. 우리 고유의 상품으로 눈길가는 것은 많이 없고 국적불명의 이상한 것들로 어지러이 섞여있는 관계로 지나며 즐기기에는 눈쌀 찌프리는 경우도 꽤나 있다.
거리에 넘치는 인파, 그리고 예전에 드나들던 찾집과 밥집들을 구경하는 것도 인사동 구경의 한 부분이다. 수양버들이 인사동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고있다.
잡동사니가 판치는 어지러운 길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인사동의 맥을 잇는 화랑, 필방, 자기점, 전각점, 골동품점 등이 그래도 눈에 많이 띄니 구경하지 않을 수 없다.
두 평 작은 공간을 멋지게 장식을 한 가게와 건물 벽을 깔끔하게 활용한 노점, 봄날의 햇볕을 옆에 두고 음식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표정도 보기에 좋았다.
세월가면 예전의 일상적이었던 생활도 멀어지고 잊혀져간다. 그러나 잊혀져가는 대상을 더 잊기 전에 새삼스레 찾아 걸으면 새로운 추억여행이 된다. 그리고 가까운 도심에서의 봄날 기운을 한껏 받아보는 것도 맛 볼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