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2009. 5. 7. 13:34삶의 잡동사니

 참 좋은 세상이다.

옛날엔 카메라를 장롱 속에다 보물처럼 간수하며 지냈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디카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아무데나 뒹굴고 있다.

기술발전에 따라 새롭고 성능이 좋은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니 디카 하나 사려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디카 매장에서 구경을 하는데 재미있는 걸 구경했다.

돈이 많은 티가 나는 부부가 디카를 사러왔다.

무조건 비싼 걸 찾는다. 직원이 신이 났다. 교환렌즈용 디카를 권하며 최신최고급임을 내세우며 열을 올린다. 고객의 자존심을 적절히 건드려가면서 말이다.

한동안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그 부부는 사진을 어찌 찍는지도 모르는 완전 초짜다. 결과가 궁금해서 한동안 더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했다.

결국은 마누라의 콧대 높은 자존심을 적절히 잘 건드린 매장 직원이 완승을 했다.

어떤 때 디카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모르는 돈 만 있는 초짜가 이것저것 갖추니 400만 원 넘는 돈을 순식간에 지불하였다.

그 디카는 아마도 며칠 만에 그 부자부부의 금고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디카는 전자제품이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며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요새는 핸드폰 바꾸듯이 디카를 바꾸는 족속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카 제조사들은 신이 나서 매년, 아니 일년에 두 번이나 신제품을 만들어낸다.

확실히 좋아지고 편리해진 제품들이 나오는 건 확실하지만, 그 것 때문에 디카를 매년 교체할 정도는 분명코 아니다.

여러 가지 사용목적에 따라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최소한 4~5년 이상을 사용해야 할 소비자들의 머리와 마음을 제조사와 판매자들이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좋은 카메라, 아니 비싼 카메라는 교환렌즈 몇 개 갖추면 천만 원이 넘었었다. 그런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사진예술가나 프로기사가 아닌 그냥 돈 많아서 과시하고 싶은 족속이라고 보면 맞다. 목에 걸고 다니다가 목 디스크에 걸려 장롱 속에 처박아 놓았다가 보니 렌즈에 곰팡이가 슬었다.

독일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놀랬다. 독일 사람들은 구경도 제대로 못하는 웬 허셀*** 그 비싼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리 많으냐고 말이다. 

영국 사람들이 비싸서 제대로 맛도 못 보는 최고급 위스키를 소주 마시듯 한 번에 한 잔씩 입에 몇 번이고 털어 넣는 골빈 한국인들이 하는 짓하고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최고급 디카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디카를 사면 지불한 값 이상으로 본전을 뽑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일이다. 비싼 디카를 사서 썩히면 아깝다. 손해다.

비싼 디카는 성능이 좋다. 성능이 좋은 디카를 사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면 싼 디카를 가지고 제대로 쓰는 사람보다 못할 것이다.

예술적 안목과 실력이 없는 사람이 좋은 붓과 물감을 가졌다고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구도, 원근, 질감 등에 관한 개념이 없이 좋은 화구를 가지고 있다고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무조건 고급을 찾을 일이 아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가지고 있는 디카의 한계를 느끼고 그래서 부족함을 메우고 싶을 때 보다 좋은 디카를 장만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혹자는 그럴 바에야 당초 고급으로 사면 더 경제적이고 번거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요즘 디카가 웬만한 것이면 일반적으로 아마추어가 몇 년 동안 사용하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고 좋은 사진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바, 조건을 따지지 않고 비싸고 좋은 것을 사는 것은 일반적으로 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카를 살 때에 고려하여야 할 사항


* 사용목적( 직업, 취미 )

* 샤용환경( 등산, 농사, 자연탐방, 문화재답사, 육아....)

* 주머니 돈 사정

* 패션( 어울림, 심리적 만족감 )

* 사진실력과 예술적 안목

* 휴대의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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