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2. 14:20ㆍ삶의 잡동사니
봄 더위가 너무 심한가보다.
한낮에 밭일을 하니 이마에 땀이 흐르고 검정참깨 밭 만드느라 내의가 젖는다.
몸 풀기 운동 후에 사워를 개운하게 하고 저녁을 마치니 동편에 보름달이 올라있다.
차가운 바깥 공기의 신선함을 듬뿍 받아들이고 어둠에 깔린 정적에 두리번거리다가 전등을 들고 텃밭을 어슬렁거려본다.
지난번에 냉해를 입었던 호박고구마는 다행스럽게도 거의 목숨을 유지하고 힘차게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밭 흙 위에 고추 세운 모양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죽은 곳에 덧심으려한 고구마 모종 한 단은 고구마 밭이랑 하나를 더 만들게 하였고 덕분에 올 고구마는 넘치게 될 것 같다.
굳은 흙을 제치고 나오는 땅콩은 기특하다.
외떡잎이 아니라 둥그런 잎을 내밀며 세상에 나오니 그 만큼 더 힘든가보다. 심은 지 4주가 지났는데도 흙덩이만 들어 올리고 아직도 연두색 새싹을 내밀지 못한 놈들이 반이나 된다.
검정 찰옥수수도 여린 싹을 내밀었고, 일찍 뿌린 대파씨앗도 가는 줄기를 솟구쳐 올리고 있다.
한창 키를 키우려 하는 마늘은 이따금 불어오는 찬 바람에 긴 잎을 흔들고 있고, 뒤 늦게 키를 키워 수확할 때가 된 부추는 부는 바람에 일정하게 율동을 한다.
수련 잎에 뒤덮인 연못은 이따금 개구리가 풍덩대고, 얕은 곳에 나와 있던 붕어들은 연못주인의 기침에도 전혀 놀라질 않는다.
텃밭의 밤 풍경을 보면서 어슬렁거리는 맛도 즐길 만하다. 땀 빼며 움직이면서 일하던 텃밭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산 위에서 소슬하게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열이 올라있던 온 몸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것을 느끼면서 피로를 던져버리게 하니 더욱 좋은 것이다.
따스한 잠자리에 고달팠던 몸이 일찍 늘어져 잠을 푹 자서인가?
소쩍새 우는 소리에 잠을 깨었나?
아니면 어쩌다 울부짖는 산짐승의 묘한 소리에 놀라 깨었나?
밖이 훤하여 내다본다.
축시가 되니 동편에 올라있던 보름달이 남서로 기울어있다.
구름에 가린 밝은 보름달이 죽음처럼 조용한 텃밭을 비추고 있다.
어찌 보면 괴괴하고 어찌 보니 환상적이고 도 다시 보니 멋스럽다.
뒷산에서 우는 소쩍새소리에 옆 산의 소쩍새도 피를 토한다.
외로운 산속에서 같이 우니 그나마 슬픔이 가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