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19. 02:02ㆍ마음, 그리고 생각
내가 귀촌을 하려는 것은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도 좋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기위해 무슨 변명을 하는 것 같으나,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바가 많아 차제에 귀촌을 해서 무엇이 좋은가를 생각해본다.
귀촌을 하여도 농사를 멀리하고 살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텃밭 가꾸기가 취미가 된지라 귀촌과 텃밭 가꾸기를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다.
첫째,
텃밭 가꾸기는 백수가 하기에 아주 좋은 꺼리이다.
돈을 들여 하거나 돈이 없이 하거나 백수의 형편에 맞게 얼마든지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다.
물론 봉급쟁이나 자기사업을 하는 이도 얼마든지 텃밭을 가꿀 수 있다. 형편에 따라 크거나 작게 하기 편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텃밭 가꾸기이다.
욕심이 많으면 그 만큼 고달프기 때문에 적게 할수록 편하겠지만 좀 고생도 하겠다는 마음이면 크게 할수록 재미도 크게 된다.
재주만 좋으면 돈을 별로 안들이고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으니 백수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좋은 소일꺼리임에 틀림이 없다.
귀촌하여 텃밭을 가꾼다면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을 다스리며 부자같이 세월을 보낼 수 있어 아주 좋다.
둘째,
텃밭일은 머리를 맑게 한다.
텃밭 일에 집중하다보면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잡스런 생각이 없어진다. 그리고 텃밭 일에 몸이 적당히 고달파지니 고기와 많은 반찬이 없어도 밥맛이 좋고 잠도 잘 잔다.
바보같이 멍청하게 세월을 보내는 게 아니라 농사공부를 하여야하니 머리가 썩지 않고 적당히 바쁘게 되니 몸과 머리가 젊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할 일이 많아지고, 적당히 바쁘고, 쓸데없이 과거를 찾아가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되니 술을 덜 마시게 된다.
그러니 텃밭이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이다.
셋째,
귀촌하여 텃밭 가꾸기를 함으로써 건강이 보장된다.
농사일은 한마디로 고생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 말은 틀린 말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먹고 살기위해 업으로 하는 일이 고생이지, 일하는 당사자가 즐기는 일은 업이든 취미이든 고생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텃밭 일은 먹고 살기위한 업이 아니므로 아무리 땀 흘리고 애를 써도 고생이 아닌 즐거움을 얻는 취미이므로 경제적인 관점과 관계없이 가치와 재미가 있는 것이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시골에서 적절히 땀을 빼면서 즐거운 노동을 하는 게 텃밭 일이니 심신이 좋은 상태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텃밭일은 여유 없고 혼탁한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에서 노폐물과 괴로움을 빼내버리는 것이니 텃밭은 가히 보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텃밭일은 오염된 도시에서 찌들거나 게으른 생활로 생산되어진 쓸데없는 비곗살과 몸에 들어있어서 좋을 리 없는 노폐물을 줄이고 없애기에 안성맞춤이다.
넷째,
텃밭으로 가족에게 훌륭한 먹을거리를 줄 수 있어서 좋다.
텃밭일로 시장에 유통되는 농작물보다 무조건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텃밭 하는 이의 재주와 노력에 따라서 시장물건에 비할 수 없는 귀중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으니 텃밭이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수단이 된다하겠다.
이왕 텃밭 가꾸기를 할 바엔 유기농을 지향함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물건과 차이가 없는 먹을거리를 얻는 텃밭일은 귀촌의 만족감을 반감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텃밭일은 노후에도 무난하게 즐기는 좋은 취미이자 운동이다.
골프나 등산이 노후에도 좋은 운동이자 취미일 수는 있지만 돈, 신체, 환경 등에 많은 제약이 따르므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텃밭일은 호미자루 쥘만한 힘만 있으면 얼마든지 땀흘려가며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굳이 골프나 등산이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좋은지 비교할 필요 없이 골프, 등산, 텃밭 가꾸기를 다 하면 될 일이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귀한 농작물을 얻게 되니 이 또한 얼마나 짭짤한 취미인가?
여섯째,
귀촌과 텃밭 가꾸기로 부자가 된다.
시골에서의 텃밭 가꾸기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하며, 시골생활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욕심을 버리는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여유와 무욕의 마음이 진정한 부자의 마음이니 텃밭으로 부자 되는 이유이다.
일곱째,
텃밭으로 추한 노년을 벗어난다.
모는 것이 오염된 도시의 한 구석에서 점심을 얻어먹으려고 구부정한 모양으로 줄을 선 노인들을 보면 나라고 나중에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돈이 없어 점심도 못 먹는 가난만이 그러한 노인을 만드는 게 아니다. 놀랍게도 줄선 노인들 중 상당수가 돈이 꽤나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부자인데도 마음이 가난하여 남과 나눌만한 여건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추한 꼴을 하는 노인들이 많은 것이다.
돈에 욕심이 많고, 할 일이 없으며, 마음이 가난하여 과거의 학력, 지식, 지위, 품위 등에 관계없이 추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볼 때마다 내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느냐를 생각하게 한다.
시골에서의 삶은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 여유와 무욕, 적절한 노동과 이웃과의 나눔,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 등과 어울려 노년의 추함을 쫒아내는 것이다.
***전업농, 도시를 즐기는 분, 시골에 염증을 느끼시는 분의 입장에선 관점의 차이가 상당히 있을 것입니다.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잠시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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