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별 헤는 밤

2006. 6. 29. 19:49마음, 그리고 생각

  

별 헤었든 밤이 언제 이었나요?

제가 어렸던 옛날엔 하늘이 참 맑았지요.

그리고 도시의 밤거리도 요즘처럼 엄청나게 밝지를 않았고요.

그러니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조차 안했지요.

어릴 적에 밝은 달 없는 밤하늘을 쳐다보면 몸이 둥둥 떠가 은하수에 빠져 들었지요.

한참을 헤매다 나오면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가 저를 북극성으로 잡아끌어 당깁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때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던 뼈저린 아픔이 반짝이는 별빛에 묻혀서 사라져갔고,

어떤 때는 들뜬 기분으로 즐거움에 싸여있던 가슴은 이름모를 별들 속으로 헤집고 신나게 그리고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아마도

어른이 되면서부터

별 바라보는 일이 없어진 듯 합니다.

제가 저의 인생을 책임지는 나이가 되고,

또 가정을 이끌어 가야하는 결혼을 하고나서는,

그리고 직장생활과 함께,

혼탁한 오염으로 뒤덮인 도시생활로

어린아이의 낭만을 상실하였고,

밤하늘을 쳐다보는 즐거움과

눈물 흘리는 후련함을 잊게 되었나봅니다.

아마

좀 더 어른이 되어 청년의 티가 벗겨지고 나서는

밤하늘을 바라보아도 별들이 어릴 때의 별들이 아니었을 겁니다.

마음먹고 도시를 벗어나 오염되지 않은 들판에서나,

뜻 맞는 사람들과 명산 찾아 오밤중에 산을 오를 때에

겨우 

밤하늘 가득히 머리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만져보며 탄성을 내질렀을 겁니다.

요새

저는 다시 나이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어린아이로 변했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삼일 정도는 어린애 노릇을 잘도 합니다.

개구리소리에, 

소쩍새소리에,

개울물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돌 골라내며 풀 뽑느라

마디마디 손에 찾아온 아픔을 주무르며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의자에 기대어 두 손을 뒷머리에 받치며 별을 헤어봅니다.

남서쪽 산 너머 제천시의 희뿌연 불빛이 약해지면서 별들은 저마다 극성맞게 밝음을 뽐내고 저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이 별 저 별을 찾아다니며 바빠집니다.

저의 눈과 가슴은 이내 초롱초롱하고 들떠서 콩콩거리는 아이의 것이 됩니다.

혹, 

번잡스럽고, 

짜증나고, 

미워하고, 

걱정스런 것들이 있다하여도

별빛 아름다운 밤하늘에 아이가 된 저는

두 팔을 휘젓고,

몰려다니는 별들을 쫒아 다니며 미소를 짓게 됩니다.

적막강산에,

별빛 아름다운 밤에,

자다가 고요에 놀라 잠을 깹니다.

밖으로 나가,

대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외롭게 깜박이는 별들의 친구가 됩니다. 

출처 : 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石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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