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기를 안 사는 이유

2006. 5. 22. 01:01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이 천 평이 넘고 밭 만드는데 혼이 나고 있어 이따금 경운기나 관리기를 사서 쓸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경운기는 위험하다고 하는 말들에 관리기 쪽으로 기울였는데 지금은 그도 아니다. 관리기도 밭의 경사가 고르지 않은 상태에선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위험성 여부가 기계구입의 장애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편리성을 져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 이는 핑계의 하나밖에 될 수는 없다.


사실은 좀 성질을 돋우는 게 있다.

농민이 관리기를 살 때에, 나라에서 지원하는 게 90여만 원, 나머지 160여만 원 중 농협융자가 반 정도 된다하니 농민은 기계 값의 삼분의 일 만으로 살 수 있어 얼마나 좋겠나?

허나 이는 빛 좋은 개살구다. 농민이라고 하여 누구나 나라의 지원과 농협의 융자를 받을 수 없다. 농사의 규모와 행정상의 증명, 과거에 지원받은 게 있는지 여부 등을 따져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마을 이장 왈, 나 같이 취미로 농사하는 사람은 10여 년을 기다려도 차례가 안 올 것이라 한다.

들은 바로는 올해에 내 텃밭이 있는 마을(행정상 “리”이다)에 관리기 두 대가 배정되었는데 관리기가 필요하여 신청한 쟁쟁한 농민은 아홉이란다. 말도 안 되는 행정이다. 나라의 지원금이 정말로 올바르게 집행이 되어 모든 농민들이 공평하게 혜택을 받는다고 전혀 인정을 할 수가 없다할 것이다.

이장은 이장대로 입장이 난처하다고 한다. 마을에서 욕을 먹지 않도록 공정한 농기계의 배정이 이루어져야 되므로 배정 이후에도 관계농민들의 불평이 야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다.

차라리 나라의 지원금이 줄어들더라도, 나라는 농기계가 필요한 농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농기계의 구입과 관련하여 기타 여러 가지 혜택이 있는 것 까지는 내가 세세하게 모르겠으나(아마도 면세유, 농협일반융자, 비료구입메리트 등이 아닐까?)농사행정에 관한 처리와 농민에 대한 배려는 공정하고 널리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여야 모든 농민의 얼굴에 주름이 적게 잡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제도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이외에 내가 관리기를 사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나의 농사규모가 텃밭농사에 불과하므로 굳이 그러한 농기계를 스스로 보유하여야 할 경제적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텃밭을 내 취향에 맞추어 만들어 가느라고 고생을 하고 있으나 내 생각대로 텃밭의 디자인이 끝나고 나면 농기계 없이 현재와 같이 농기구만으로도 얼마든지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꼭 농기계의 사용이 필요하다면 빌려 쓰거나 남에게 부탁을 하면 될 일이다.

나 같은  취미수준의 유기농을 하는 데 있어서는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농기구만으로 충분히 꾸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잡초와의 전쟁을 계속 하겠지만 좀 지나다보면 익숙하여질 것이고, 아마도 적어도 내 텃밭의 잡초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도 다스릴 방법이 터득되리라 본다.

그렇다면 결국 나의 텃밭에선 관리기 등의 농기계가 불필요해질 것이므로 내가 관리기를 사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그럼에도 관리기가 꼭 있어야 한다면, 아마 나 같은 텃밭농사엔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소형관리기가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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