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5. 15:28ㆍ농사
태풍도 갔고, 집중호우도 지나갔다.
파란 하늘이 그 높이를 더해가고, 바람은 이제 뜨거움을 뱉어버리고 시원한 기운을 머금고 불고 있는 중이다.
제천 송학산 아래 기슭의 텃밭은 가을이 빨리 오고, 겨울도 빨리 온다.
벌써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부터는 한기를 느껴 침상에 깔아놓은 온수매트를 켜고 잔다.
그러나 시원하고, 어느 때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라 하더라도 한낮에는 아직도 햇볕이 뜨겁다.
고추말리기 좋은 계절이다.
잡초를 베어내느라 예초기 한 시간만 돌려도 온몸이 젖어 쉬지 않을 수가 없고, 쉬는 김에 멱 감고 한 시간 늘어지게 평상에 누워 뒹굴며 몸을 풀고 책을 보며 피로를 푼다.
모든 농사일을 예초기 작업 이외에는 기계 아닌 농기구로 혼자서 하지만, 알맞게 늘어지면서 쉬는 시간을 농기구 잡고 땀 흘리는 시간보다 더 많이 보내고 있다.
경운기로 밭을 갈지도 않고,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을 만지지도 않고 텃밭에 작물들을 심는다 해도 소출에 욕심을 두지 않으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한다.
전문적인 농사지식이 없기에 욕심을 내고 농사를 하여도 상업적인 목표를 이루기 불가능하고, 오히려 과욕으로 심신을 상하기 쉬운 나이에 들었으니 분수를 알고 농사를 즐기려는 생각인 것이다.
* 연못 옆 소나무 사이의 큰 돌 위는 텃밭주인이 제일 즐기는 자리이다. 둘이 앉아서 막걸리 마시기 좋은 명당이다(클릭-개구리 찾기ㅎ)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이 점점 커가고 있다.
열흘 뒤에 한가위다.
한가위 언저리에 텃밭일이 슬슬 많아진다.
배추, 무, 쪽파 등 김장꺼리를 돌봐야하고, 그 다음엔 고구마, 땅콩, 옥수수, 가지, 오이, 대파, 들깨 등 수확할 일도 널려있다.
맛있는 고추를 따고, 말리고, 절이는 것도 양이 얼마 안 되지만 매일 매일의 일거리이다.
아무리 농땡이 치며 여유롭게 논다고는 하지만 텃밭은 역시 일이 많은 곳이다.
* 개수대 위 처마 아래 왕거미. 이 녀석은 매일 저녁 때 거미줄을 치고, 아침에는 잡힌 먹잇감과 함께 거미줄을 거두어들인다. 이 놈도 노느 것 같아도 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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