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5. 19:56ㆍ삶의 잡동사니
농막 옆 개울엔 가재가 많이 살아 언젠가는 고추장과 들기름으로 범벅을 하여 볶아먹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많던 가재들이 올 여름이 시작되면서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이상해서 개울을 따라 올라가보니 개울에 제초제병, 농약병, 농약봉지들이 여러 가지 널려있다.
산 아래 밭이 개울 양쪽으로 하나씩 있는데 분명 고추 심은 촌로가 그 짓을 했을 것이다.
평소 심통이 좀 있는 것으로 보긴 했지만 하필 농약병들을, 더구나 뚜껑도 닫지 않고 개울에 팽개칠 수가 있을까!
그 촌로에게 무어라 말 할 수도 없다.
그 촌로가 버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꾸짖을 수도 없다.
그 촌로가 증거 탓을 하지 않는다 해도 뭐 그 깐 가재 쯤 죽어 대수냐고 대들면 더 이상 논할 것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그저 막 버는 인간들이 많다.
담배꽁초, 과자봉지, 음료수 캔과 병, 껌, 휴지, 쓰지 않는 물건 등 그 수를 셀 수도 없다.
그러니 그 촌로가 생각 없이 농약병 좀 버렸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허! 참! 한심한 일이다.
지저분하게 버려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이 인간들 스스로를 망가지게 만든다는 것을 어찌 모를까?
그 촌로의 고추밭은 이제 막바지이다.
더 이상 농약을 치지 않는 듯하다.
더 치는지는 모르겠으나 다행스럽게도 농약봉지나 병들이 널려있지 않았다.
장마와 소나기로 개울 청소가 제대로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 촌로가 갑자기 유식해져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 조사해 봐도 지저분한 것은 없다.
한 밤에 나가 전등으로 비쳐보니 가재가 몇 마리 보인다.
몇 달 동안 보이지 않던 가재가 돌아왔다.
돌아온 가재들을 보느라고 어린애들처럼 한 시간을 넘게 구경을 한다.
앞으로는 그 촌로가 농약병이나 봉투를 제발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