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참외

2008. 10. 5. 12:29농사

 고추밭에 심지도 않은 참외가 여름에 자랐다.

예초기로 잡초를 벨 때에도 조심을 하여 그런대로 자랐다.

지난 번 텃밭에서 빨간 고추를 따다가 노란 놈 셋이 눈에 들어왔다.

참외의 잎은 모두 없어졌다.

시들어가는 줄기에 붙어있는 애기 조막만한 참외가 맛있게 보였다.

텃밭 일을 멈추고 이마의 땀을 닦는다.

요럴 땐 시원 달콤한 참외가 제격이다.

한 놈을 먹어본다.

오이 보다는 좀 낫다고 봐야하나?

나머지 놈들도 다 먹어보아도 별 맛이 없다.

맹물 먹은 거 보다는 나으려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실패를 잘하는 작물이 몇 가지 있다.

호박, 수박, 참외, 오이 등이 그런 거다.

기본적으로 토질에 맞지 않거나, 거름을 많이 먹거나, 초기에 화학비료를 적절하게 주고 빠른 성장을 유도하여야하거나, 농약을 적절히 쳐 주어야 하는 것들이다.

토질이 작물에 맞아야 좋은 열매를 얻는 것이지만, 작물도 종자를 잘 선택하여야 좋은 소출을 얻을 수 있다.

개똥참외도 가꾸기에 따라서 맛있는 참외가 될 수 있겠지만, 텃밭의 특성에 따라서 종자를 제대로 선택하고 가꾸어야 만족스런 거두기를 할 수 있다.


 감자, 고구마, 고추, 옥수수, 배추, 무 등은 텃밭에 일반적으로 많이 심는 작물들이다.

대부분의 텃밭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되는대로 따지지 않고 남이 하는대로 씨앗이나 모종을 텃밭에다 채우기에 바쁘다.

다른 사람이 좋다하여 그 씨앗이나 모종을 얻어다 텃밭에 키운다고 모두 성공하는 게 아니다.

지역, 토질, 농사방법, 작물의 종류를 감안하여 텃밭 하는 이의 취향에 맞추어서 선택을 해야 제대로 된 텃밭농사를 즐길 수 있다.


 텃밭농사는 프로들이 하는 농사보다도 사실 더 어려운 작업과 정성이 수반된다.

프로는 한두 가지를 대량으로 큰 밭에 키우면 되지만, 취미농군들은 손바닥만한 텃밭에 십수가지의 작물을 기른다.

게다가 농사방법과 취향이 각기 달라 봄철부터 초겨울까지 주말마다 바쁘고 고달프지만 돈 되는 소출은 별로 없다.

농사를 취미로 즐기는 데에 따른 만족감을 제외하면 텃밭농사를 할 이유가 없다.

 텃밭농사를 오년간 하여왔어도 매년 잘못한 것이 많이 나온다.

생각하고 배운 것을 고려하여 다음해에 텃밭을 가꾸어도 잘못된 것이 또 나온다.

참외를 심어도 좋은 놈을 심어야하고, 같은 참외를 먹어도 개똥참외기 아닌 맛있는 참외를 먹어야한다.


 내년에는 고추모종을 심을 때에도 좀 더 까다롭게 선택을 하려한다.

풋고추로 맛있는 종자, 병충해에 강한 종자, 다수확 할 수 있는 종자, 열매가 일찍 달리는 종자, 육질이 두꺼운 종자, 매운 종자 등의 고추종자 각각의 특성을 감안하여 텃밭과 취향에 잘 맞는 종자를 선택하여 기르려한다.

모종을 확보할 때에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편하게 얻거나 사는 대로 심는 농사보다는 한결 텃밭가꾸기의 즐거움을 더 할 것이고, 가족의 입맛을 돋우는 재미를 얻을 수 있기에 귀찮은 과정을 더 거치겠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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