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먹이는 호박고구마
2008. 10. 1. 01:14ㆍ농사
같은 고구마라 하여도 호박고구마는 좀 못된 놈이다.
호박고구마는 밤고구마보다 흙 속에 깊이 박혀있다.
더 못된 놈은 두둑에서 아예 고랑 쪽으로 내려와 깊숙이 박혀 애를 더 먹이는 놈들도 있다.
고구마 열 포기 캐는데 이마에 땀이 흐른다.
호미로는 어림없어 삽으로 두둑을 깊게 파면서 캔다.
자칫 잘못하면 고구마가 삽에 싹둑 잘린다.
어느 놈은 고구마가 손가락같이 가늘게 나와 실소를 하게 만든다.
어느 놈은 어른 주먹 둘 합친 것같이 볼품없이 크게 자란 놈들도 있다.
텃밭주인이 제멋대로 농사를 하니 고구마도 제멋대로 자라고 제멋대로 자리를 잡아 처박혀있다.
시장에서 주부들에게 인기가 있는 고구마는 작은 달걀 두개 크기의 고구마이다.
고구마를 찌거나 굽기에 편하고 먹기가 만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밭의 고구마는 생긴 것도 제멋대로이고 크기도 제각각이라 장터에 내 놓아도 눈길을 끌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텃밭주인은 제 나름대로 정성들여 기른 것이니 세상의 어느 고구마보다 귀하게 여기고 맛나게 먹는다.
이듬해 사월까지 텃밭주인의 입맛을 돋우는 호박고구마이니 생긴 게 어떤들 어찌하리.
큰 놈을 아껴가며 쪄 먹고, 구워 먹고, 날로 먹는 맛은 텃밭에서 거둔 고구마가 최고일 것이다.
보름 후부터는 집 냄비와 프라이팬이 바쁘게 달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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