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6. 13:13ㆍ삶의 잡동사니
등산을 엄청 다니던 시절에는 등산화가 용도별로 각각 있어야 하고 두 켤레나 되는 경우도 있어 신발장 아랫단에는 등산화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텃밭생활을 활발히 하던 때에 그 많던 등산화가 종적을 감추었다.
텃밭에서 경운기를 쓰지 않는 한심한 취미농군은 좀 깊게 땅을 파려면 삽을 사용하는지라, 아무리 바닥이 두껍고 튼튼한 비브람 등산화라도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바닥이 갈라지고 만다.
등산화가 대부분 방수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에 텃밭에서 일할 때에 장화를 신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아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지금도 텃밭에는 고물등산화 두 켤래가 막중한 임무를 수행중이다.
아무래도 올해에는 다시 고물등산화를 보충하여야 하는지라 작년에 친구들 모임에서 안 싣는 고물등산화 있으면 버리지 말고 내게 달라했었다.
어제 점심모임에 한 친구가 드디어 고물등산화를 가져왔다.
며칠 전에 아주 고물가죽등산화를 가져 온다하기에 이왕이면 구두약을 흠뻑 먹여서 잘 담아서 가지고 오라했더니 아예 구두약 한통을 같이 가지고 왔다!
어젯밤에 묵직한 고물등산화를 콧노래를 부르며 가지고 온 후에 오늘 아침에 약칠하면서 보니 이건 거의 폐품수준이다!
어제 고물등산화를 내게 준 보답으로 올해 내 텃밭에서 이틀간의 숙식권을 발급했는데 속았다! 하하!
야!
이 폐품수준 고물등산화가 검사아범이 싣는 멋진 등산화냐?
암만 보아도 올해 자주 신으면 내년에는 아무래도 버려야 할 수준의 아주 고물등산화이지만 구두약까지 보태어 시집보냈으니 내용연수는 짧아도 잘 부려먹어야지!
그리고 그 친구가 텃밭에 오면 그 놈 신게 하고 일 좀 많이 시켜야겠다.
이틀간 숙식권 값보다 더 부려먹어야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