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세 군데

2020. 6. 21. 17:51농사

 텃밭에는 고추밭이 세 개 있다.

하나는 영양토종고추인 칠성초 고추밭이다.

칠성초 고추는 16개가 토마토와 오이지주대 남쪽으로 일렬로 도열하여 자리를 잡고 있으며, 아무렇게나 직파하여 잡초 속에서 찾아낸 귀한 세 녀석이 부추밭 귀퉁이에서 살고 있다.

시장에서 모종을 사서 심은 청양고추나 안매운고추와의 교잡을 피하기 위해 멀찌감치 위치를 잡아준 칠성초는 저마다 두세 개의 풋고추를 달고 자라고 있어 텃밭주인의 입맛을 살려주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 고추밭은 매운 종자인 청양고추 밭인데 풀밭 속에서 고추를 찾는 수고를 하여야 고추를 딸 수 있는 정도로 잡초와 함께 지내고 있다.

너무 잡초가 극성을 부려 고추주변을 대충 한차례 뽑아내주었다.

세 번째 고추밭은 안 매운 종자인 고추 밭인데 청양고추와 마찬가지로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아야 찾을 수 있다.

고추 달린 놈이 고추이고 고추 안 달린 놈들이 잡초라고나 할까?

 고추품종을 제대로 알고 고추를 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고추농사를 하면서 고정된 품종의 고추씨를 거두고 그 고추씨로 고추모종을 만드는 프로들이 얼마나 있을까?

텃밭농사를 하면서 고추모종을 직접 만드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프로든 이마든 고추씨앗을 직파하여 고추를 재배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프로들은 종자를 만들고 새 품종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공급하는 고추종자를 상업목적에 따라 선택하여 쓰고, 아마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고추모종을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사서 쓰는 게 대부분이다.

고추는 옥수수만큼은 아니지만 주위의 다른 고추종자와 교접이 쉽게 되어 안 매운 고추를 심은 텃밭농사꾼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하며, 토질과 지역에 따라 고추의 맛이 다르게 나타나기가 쉽다.

  텃밭에 심어 맛있게 먹으면 되지 뭐 종자니 교잡이니 토질이니 따질 게 아니라고 한다면 고추 종자별로 밭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보겠지만, 상업목적에 따라 피동적으로 선택되어지는 종자와 모종에서 벗어나 텃밭농사라도 입맛에 따른 종자선택과 농사방법을 달리하며 얻어내는 소출을 즐기는 농사는 절대로 무의미한 것이 아니고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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