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친 매실농사
2020. 7. 5. 22:09ㆍ농사
매실을 망쳤다
매년 매실은 텃밭의 효자노릇을 하였는데, 올해는 아예 한 대접도 수확을 못했다.
붉은 색이 많이 도는 잘 익은 매실을 많이 따서 깊은 맛을 지닌 매실발효액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허사였다.
청 매실을 딸 시기를 지나친 다음에 매실이 익기도 전에 병충해로 피해를 입어 제대로 익은 매실을 구경조차도 못한 것이다.
매실 밭에도 따로 거름을 한 적이 없고, 15년이 넘도록 농약을 한 방울도 뿌린 적도 없다.
아무리 병충해가 있어도 집에서 쓸 매실발효액만큼은 넘치게 매실을 수확해왔었는데 올해는 그 놈의 매미나방유충인 송충이가 이십여 개가 넘는 매실나무에 달린 싱싱했던 매실을 완전히 망쳐버린 것이다.
올해 매실농사를 망쳤다고 내년에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충제 등 농약을 쓸 생각은 없다.
매실나무의 상태를 보면 병충해로 죽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고, 내년에도 매미나방유충이 매실을 연속하여 망칠 것으로 보질 않기 때문이다.
텃밭에 있는 과수에 들러붙는 병해충의 종류도 많고 매년 번성하고 소멸하는 모양이 꼭 텃밭의 잡초들의 흥망성쇠와 같다.
내년에는 텃밭의 매실들이 건강하게 병해충을 스스로 이겨내 줄 것을 바랄 뿐이다.
무식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자연재배의 기본이고 내 멋대로의 농사놀이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