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6. 11:10ㆍ농사
열흘 만에 텃밭에 오니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온통 푸른 텃밭이 펼쳐져있다.
비가 수차례 뿌린 덕인지 모두가 싱싱하다.
눈을 한 번 비비고 살펴보니 온통 잡초가 점령을 하고 즐겨먹는 작물들은 보이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풀 속에 들어가며 살펴보니 고추, 고구마, 토마토, 오이, 호박, 땅콩, 콩, 가지, 상추, 쑥갓, 마늘, 감자, 대파, 비트들이 보인다.
어느 녀석들은 숨을 가빠하고, 어느 녀석들은 풀 속에서 느긋하게 놀고 있고, 어느 녀석들은 자지러지기 직전이다.
매년 텃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매번 놀라고, 텃밭에 도착해서는 허겁지겁 응급처치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일이 잡초에 관한 일이다.
농막에 들어가 먹거리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나서는 극성스런 잡초와 힘들어하는 작물들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느긋하고 편안한 늦은 오후와 밤을 텃밭의 맑은 공기에 휩싸여 보내면서 즐긴다.
“ 뭐,
애들이 잡초들 때문에 바로 죽을 것도 아니고,
애들이 원래 튼튼하니 좀 더 놔두어도 주인인 나를 원망할 리도 없고,
내일 아침에 슬슬 손을 쓰면 충분하지 않겠냐? “
밭에서 자면 언제나 해뜨기 전에 꼭 일어난다.
농막 앞에서 양팔 벌리고 깊은 숨 들어 마시면서 사지를 풀고 나니 초록 이파리마다 영롱한 보석이슬을 달고 싱싱함을 뽐내니 나 또한 더불어 십년은 젊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텃밭에서 지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
가슴과 머리가 시원하고 온몸에 생기가 넘치게 만드는 자연텃밭을 즐기는 건 아마 마음이 부자인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리라!
ㅎㅎㅎ
이십여 분을 스트레칭하며 새벽공기를 마시고나서 세수를 하며 휘둘러보니 싱싱하고 파란 것들이 온통 잡초다!
풀! 풀! 잡초!,,, 바랭이!, 왕바랭이!, 개망초! 쑥!, 명아주!, 쇠뜨기!, 새콩!, 쇠무릎! 쇠비름!, 방동사니!, 토끼풀!, 깨풀! 애기똥풀!, ,,,,
아침밥 먹을 때가 이르니 일단 낫호미를 잡고 고추 주변의 풀들을 진압해 나간다.
다음은 고구마, 그리고 그 다음은 땅콩......
장맛비 내린 후라 뿌리가 큼직한 바랭이도 쓱쓱 손쉽게 뽑힌다.
뽑은 풀들은 작물아래 뿌리가 하늘을 향하게 곱게 뉘이면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온 몸이 땀에 젖는다.
샤워를 하고 땀에 젖은 옷을 빨아 널고는 집에서 보다는 좀 이른 아침밥을 여덟 시에 먹는다.
그리고는 적당한 포만감으로 허리를 편 후에 원두를 갈아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 연못가 바위의자에 걸터앉아 꽃봉오리 피기 전의 노랑 어리연들을 바라보며 무심의 경지를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