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7. 20:52ㆍ농사
작년에는 씨감자를 구하지 못하여 마트에서 파는 씨감자가 아닌 감자를 한 관 사서 심었는데 발육상태가 좋지 못하였고, 완전하게 발육이 되기도 전에 무당벌레의 습격이 활발해지면서 잎과 줄기가 상하고 시들어 소출이 아주 형편없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대서 씨감자 4Kg을 심었다.
추위가 별로여서 땅이 일씩 풀린 걸 기회로 일찌감치 3월 21일에 자잘한 대서씨감자를 2등분하여 높여 만든 이랑에 깊게 두 줄을 심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자란 감자는 병충해 없이 하지를 넘겼다.
하지 때에 두 뿌리를 뽑아보니 골프공 보다는 좀 큰 귀여운 감자 여덟 개를 얻었고 밥할 때 넣을 만한 아주 잘은 것들 몇 개를 더 얻었다.
바로 삶아서 맛을 보니 병충해 없는 상태를 본 선입관인지 몰라도 내 입맛으로는 여태껏 심어왔던 수미감자보다 맛이 좋았다.
감자의 줄기가 조금씩 쓰러지는 기미가 보이고 하지를 넘기면서 장마철에 접어들어 잘못하면 캐지도 못하고 감자가 많이 상할 것 같아 7월초에 수확을 하였다.
단지 흠이라면 수미감자보다는 크기가 작은 점이다.
하지를 지나 열흘을 넘기는 동안 감자의 씨알이 좀 더 굵어졌기를 기대했으나 별로 티가 나지를 않았다.
오골계 알 크기정도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텃밭에 유별나게 거름을 하지 않는 엉터리농법으로 알이 굵은 놈들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내 주먹만 한 걸 하나도 구경할 수 없었다.
제일 큰 놈들이라야 테니스공보다 훨씬 작으니 집에 가져가서 자랑할 만한하지 못하다.
주먹 만 한 감자가 아니라 푸지게 삶아먹는 것보다는 찌개에 넣는 용도나 조림으로 먹기에 알맞을 것 같다.
집에 와서 상처 난 감자 몇 개를 갈아 감자전을 만들어 맛나게 배를 채웠다.
어쨌든 깨끗하고 매끈한 그리고 좋은 말로 잘생긴 대서감자를 22Kg을 얻어 사흘 동안 말려 잘 말려 감자알 하나하나를 신문지로 싸서 환기구멍을 낸 작은 상자 여섯 개에 담았다.
프로들이나 관행농을 하는 아마들이 볼 때에 형편없는 감자농사를 해놓고 웬 수다를 한다고 흉을 볼 수 있지만 씨감자 4Kg으로 다섯 배 넘는 수확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대서감자를 수확한 이랑 둘은 평 이랑으로 고르게 하여 메주 좀 쑤어볼까 하는 욕심으로 백태를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