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4. 16:37ㆍ농사
작년 11월 중순이 넘어 밭의 흙이 얼기 전에 마늘종자 3백여 알을 두 치 넘는 깊이로 심고 밭의 잡초 자른 검불을 모아 두툼하게 피복을 해주었다.
봄철을 지나고 잘 자랐기에 올해는 세 접은 무난하게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
유월중순까지는 마늘밭에 듬성듬성하게 난 바랭이 등 잡초들을 이따금 뽑아주었는데, 유월하순부터는 좀 이따가 캘 것인데 하면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칠월초순을 넘겨버렸다.
지난번 텃밭에서 장마가 지기 전에 마늘을 캐야지 하며 마늘밭을 바라보니 마늘은 안보이고 잡초만 우거져있고 마늘대를 찾을 수가 없다!
다음날 장맛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에 서둘러가며 허리춤에 이른 바랭이들을 작은 세발쇠스랑을 찍어대며 뽑으면서 이따금 보이는 귀중한 마늘을 캐어냈다.
마늘은 바랭이보다 뿌리가 깊었고 쇠스랑의 삼지창을 힘주어 두세 번 찍어대야 그 모습을 드러내니 열에 한두 개는 흙속에 숨은 듯이 찾아 기가 쉽지 않았고, 이따금 마늘을 사정없이 찍어대는 바람에 이십여 개의 마늘이 파지가 되었다.
세 접을 기대했지만 두 접이 겨우 넘는 소출을 얻고 어깨는 뻐근하고 땀은 온몸을 적시니 자연농법마늘농사가 아니라 한심스런 원시농법농사가 되고만 꼴이다.
텃밭을 힐링하는 도량으로 여기면서 게으름을 부리는 탓에 중노동을 벌로 받아 허리, 손목, 어깨가 난리이고 땀으로 온몸을 적신다음에야 겨우 돌망태에 담을 양의 아담한 수확을 하였다.
텃밭의 마늘농사를 한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그야말로 텃밭농사수준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난 동일한 농법의 농사이고, 밥 먹을 때에 작고 단단하고 맛 좋은 생마늘을 된장과 함께 씹을 때에야 마늘농사의 기쁨이 얼굴에 나타난다.
추운지역인 텃밭, 풍족하지 못한 거름, 텃밭주인의 잡초방치 등 열악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자라는 텃밭마늘은 여섯 쪽을 넘는 때가 없고 커봐야 탁구공만한 크기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파는 상품과는 차원이 다른 기막힌 맛과 식감을 가지고 있어 텃밭생산품 중에서 제일 귀한 대접을 받는다.
* 쇠스랑으로 찍은 파지를 얼른 다듬으라는 아내의 명에 알뜰하게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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