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 17:29ㆍ농사
이럭저럭 고추농사 6년차이다.
여섯 해를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 등을 전혀 쓰지 않고 고추농사를 하였다면, 그리고도 탄저병이나 역병 등으로 고추가 병들지 않게 하였다면 텃밭농사꾼으로는 아마도 최고수급에 속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올해 고추모종을 선택할 때부터 신경을 쓰고, 고추밭도 연작피해를 피하기 위해 고추밭 위치를 정하고, 잘 숙성된 인분주로 추가시비를 몇 차례 하였지만 수확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추품종은 크기가 좀 작은 것으로, 과육은 두껍지 않은 것으로,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그리고 적당히 맵고 맛이 좋은 것 등을 고려하여 선택하였기에 애당초 수확량에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두 번에 걸쳐 빨간 고추를 딴 보잘 것 없는 양으로 보아 아무래도 김장과 고추장 담기에는 모자랄 것 같다.
작년에는 종이박스를 모아 고추건조대를 만들고 텃밭을 떠날 때에 그물망 위에 고추를 깔고 그 위에 흰색 부직포를 덮어 놓았는데 일주일 이상을 내깔겨놓은 것에 비하면 그런대로 결과가 좋았었다.
올해는 마음먹고 각목으로 건조대를 만들고 위에는 검은색 고추건조망으로, 아래층에는 방충망으로 고정시켰다.
새로 따서 말리는 고추는 위에 널고 그 위에 부직포를 덮고, 먼저 따서 말린 고추는 덜 마른 경우 아래에 널면 그만이다.
통기가 잘 되어 불량고추 나오는 것이 줄게 되니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 뒤집기에 게으른 텃밭농사꾼이 고추말리기하는 방법으로는 꽤나 좋다.
희나리의 발생도 줄이고, 마른 고추 너무 말려 검게 타지도 않게 되니 일주일을 비워두어도 걱정이 없다.
잘 익은 빨간 고추를 따내도 하루 이틀 지나면 어느 틈에 여기저기에 또 색깔 좋은 고추가 나타나서 손짓을 한다.
고추건조대 위의 고추도 마르는 상태가 틀리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수시로 잘 익은 고추 따내고 말리는 고추를 정성스레 손보면 버리는 것 없이 거둘 수 있겠지만 텃밭을 자주 비워야하는 취미농군이 어느 정도 아까운 고추를 버리게 되는 건 어쩔 수없다.
고추는 서리 내리는 때까지 계속 꽃피고 열매가 달리고 익는다.
프로농군들은 많아야 네 차례 정도 빨간 고추를 따내고 나면 경제성이 없어 고추밭을 버리지만 취미농군은 서리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고추밭을 돌보게 된다.
여름철 시작부터 맵고 달콤한 풋고추의 싱싱함을 즐기고, 내려쬐는 땡볕 아래서도 빨간 고추 거두는 재미가 쏠쏠하며, 서리 내리기 직전까지 오랫동안 풋고추와 고춧잎이 텃밭 하는 이들의 입맛을 돋우기에 텃밭에서는 아마 고추농사 하는 즐거움이 제일 클 것이다.
오월 초에 고추 심으면 칠월부터 상강을 넘겨 서리가 내릴 때까지 무려 네 달 동안 고추와 고춧잎을 즐길 수 있으니 고추에 필적하는 텃밭작물이 어디 있으랴?
정성들인 빨간 고추를 말리는 방법은 가지가지로 수도 없이 많다.
지역마다, 때마다 다양한 태양초 만들기 방법이 있으며 고추말리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고추말리기이나, 어느 방법이든 쉽사리 땀 흘리지 않고는 품질 좋은 태양초를 얻을 수없다.
요즘의 마른 고추는 말이 태양초라 이름 붙여 파는 것이지 엄격히 말하면 태양초라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진정한 태양초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 손을 많이 거쳐야하기 때문에 더한 인건비만큼을 올려 받고 소비자에게 팔기가 매우 어려우니 당연한 결과이다.
방법이 어떠하든 텃밭을 하는 이들은 나름대로 태양초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정성을 쏟으면 맘에 드는 마른고추를 얻을 수 있으니 이왕이면 태양초 고춧가루를 만들어 텃밭 하는 만족지수를 더 올려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