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9. 14:40ㆍ농사
고추밭 고랑에 참외가 저절로 자랐다.
아마 인분주에 섞여있던 참외씨앗이 고추밭으로 왔고, 운 좋게 발아가 되어 줄기를 뻗었으리라.
텃밭에서 참외를 여러 번 길러보았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거름을 충분하게 주지도 않고 맛이 좋은 참외를 거두려는 심보가 미워서 제대로 열매를 맺지도 않았고, 참외가 달려보았지 반듯하게 자라지도 못하게 하였나보다.
참외가 다섯 개나 달리는 바람에 텃밭주인이 신이 나서 인분주를 듬뿍 주고 만들어놓은 퇴비도 주면서 보살폈다.
개똥참외의 모양을 벗어나 크기도 주먹 만해지고 노랗게 색이 든 것이 먹을 만하게 보인다.
노랗게 잘 익어 보이는 놈으로 두 개를 땄다.
저녁나절 텃밭 일을 마치고 한 됫박이나 흐른 땀을 보충하고자 시원하게 흐르는 농막 옆 냇물에 담가놓았던 참외를 꺼내 들었다.
과도로 깎아내는 참외껍질의 감촉이 별로 좋지를 못하다.
그리고 참외 속에 들은 씨앗은 여물었는데도 풍기는 달콤한 향내 또한 없다.
먹어보니, 맛이 일품일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이건 뭐 오이나 진배없다.
개똥참외는 길가나 들에 저절로 남 참외이고 모양이나 맛이 없어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참외이다. 텃밭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저절로 난 참외이니 개똥참외임을 부정할 수 없나보다.
모양은 그런대로 보아줄 수 있으나, 맛은 오이 맛이니 어쩔 수 없는 개똥참외이다.
개똥참외도 가꿀 탓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제대로 가꾸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거름을 족하게 주고, 순지르기도 잘 해 주어야하며, 잘 익은 것을 딴다면 비록 개똥참외라 하여도 텃밭의 간식꺼리로 쓸 만할 것이다.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텃밭주인 하기에 따라서 모양과 맛을 낼 것이다.
내년에는 참외모종 네댓 개 심어 텃밭에서 달콤한 맛과 향을 즐겨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