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그늘
2009. 8. 10. 09:47ㆍ농사
농막 앞쪽에 심은 수세미가 발아되지 않아 마디호박과 단호박 모종을 심었다.
주된 줄기를 차광막 파이프로 유인하고 곁가지를 쳐주니 수세미만큼이나 줄기를 잘 뻗어 그런대로 괜찮은 차광막을 만들었다.
호박잎이 별로 예쁘지 않아 수세미만큼은 못하지만 농막에 내려쬐는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다.
마디호박은 따는 시기를 못 맞추면 낭패다.
늙은 마디호박은 맛이 없다. 애호박이어야 호박찌개를 맛있게 만드는데 늙은 마디호박찌개는 좀 그렇다.
집에 갈 때 알맞은 크기로 자라면 따서 가져가지만 엄지손가락만한 녀석은 딸 수 없어 그대로 놔둔다. 열흘 뒤에 오니 어른 팔뚝 만하게 자랐다.
버리기 아까워서 그대로 놔두고 있다.
이왕 놔두는 거 아예 누렇게 될 때까지 익혀보려 한다.
찌개꺼리로는 못쓰겠고 얇게 썰어 말려서 요리해먹는 방법을 찾아볼까나?
단호박은 마냥 놔두어 익어야 제 맛이니 텃밭을 오래 비워도 안심이다.
많이 달리면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큰 녀석이 달리고 나서는 숫 꽃만 핀다.
능력이 모자랄 것 같으면 새끼 치는 것을 조절하는가보다.
농막 창에 비치는 호박과 호박잎이 농막창살의 무미건조함을 없애고 활기를 불어넣어주니 농막도 숨쉬는 기분이다.
늦게까지 농막에 싱그러움을 주라고 호박마다 잘 익은 인분주를 듬뿍 먹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