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는 땅콩도둑

2024. 10. 14. 20:50농사

올 땅콩농사는 빈작으로 알도 작고, 두 알 들이 땅콩보다 외 알 들이 땅콩이 더 많다.

땅콩을 캐어내 비닐하우스 안의 작업대 위에다 펼쳐놓고 말리는 중이다.

수확량에 실망하여 물로 씻지도 않고, 자방병이 달린 것들도 떼어내는 손질도 안 하고 방치해 놨었다.
어제와 오늘 들깨 거둔 걸 다발로 묶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걸어놓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딱새 한 쌍이 드나들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지만 그 횟수가 잦고 땅콩알을 물고 가기에 자세히 보니 딱새가 아니다.
그리고 부리로 땅콩알을 뒤적이며 잘생긴 두 알 땅콩만을 물어간다.
두 팔 간격에 내가 서서 작업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땅콩 물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서 연신 드나든다.
그 놈들이 번갈아가며 물어간 잘생긴 두 알 땅콩이 아마 백 개도 넘을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땅콩 말리는 작업대 위에 노루망을 덮어씌웠는데 그래도 요놈들이 도둑질을 한다.
할 수없이 노루망을 세 겹으로 덮어놓으니 더 이상 땅콩을 빼내지를 못한다.


그 후에 비닐하우스를 드나들어도 소득이 없게 되자 나중에는 비닐하우스를 방문하질 않는다.
심심하고 섭섭한 마음이지만 내 먹이를 그냥 뺏기기는 싫다.
두 알 땅콩을 가려내고 외 알 땅콩만 조금 놔두어 예쁜 곤줄박이가 비닐하우스를 다시 찾게 만들어볼까?
그리고 그놈들과 좀 친해볼까나?
ㆍㆍ
오늘아침 텃밭을 내다보니 곤줄박이 여섯 마리가 몰려다닌다.
살펴보니 땅콩캔 밭의 땅콩줄기에서 수확하지 않은 땅콩을 쪼아댄다.


서너 걸음 앞까지 다가가도 모른척하던 놈들이 핸드폰을 들여대면 휙 날아간다.
요놈들이 땅콩 수확해서 말리는 곳에 노루망을 덧씌우자 땅콩밭을 뒤지는 것이다.
요놈들이 땅콩을 콕콕 찍어대며 겉껍질 속의 땅콩을 빼내는 모양을 보니 감탄이 절로나온다.
곤줄박이들이 땅콩겉껍질의 어디를 쪼아대야 껍질이 분리되는 걸 아는 것이다.
내가 집에서 땅콩 삶아 먹으며 한참만에 터득한 겉껍질 누르는 기술을 곤줄박이들도 알고 있다니!
아무래도 오늘 낮에는 외 알 땅콩 몇 줌을 비닐하우스 안에 놔줘야겠다.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텃밭  (0) 2024.11.21
씨마늘 파종  (0) 2024.11.16
초가을 텃밭  (0) 2024.09.24
처서 지난 배추밭  (0) 2024.08.24
들깨모종 만들기  (0)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