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4. 20:48ㆍ농사
새벽이 춥다.
기온을 보니 영상 10도 아래다.
추석이 지나도 폭염경보하에 놓였던 가을 더위가 추분이 되자 서늘한 가을공기로 밀려났다.
아직도 한낮의 햇볕이 뜨겁지만 맑은 하늘과 상큼한 습도를 머금은 불어오는 바람이 있기에 이마에 흐르는 땀이 싫지만은 않다.
고구마 밭 한 이랑을 캤다.
호박고구마는 흙 속 깊게 박혀있어 호미로 캘 일이 아니니 아예 도라지 캐는 사지창을 동원하였다.
고구마 크기가 일정하게 달려있지도 않고, 달린 개수도 제 멋대로이지만 예상보다는 흡족한 수확이다.
오월초에 잡초를 대강 토벌하고 비닐멀칭도 없이 깊숙하게 모종을 심은 것이 그런대로 효과를 본 모양이다.
일곱 개 이랑을 더 캐야 하니 내일 하루종일 땀 꽤나 흘릴 것이다.
땅콩은 한심스러운 성적이다.
땅콩꽃이 필 무렵에 잡초를 뽑아내며 북주기를 게으르게 한 죗값을 톡톡히 받았나 보다.
한 녀석 캘 때마다 최소 스무 알 정도는 달고 나와야 되는데 열 알도 못 되는 놈들이 반이고, 그나마 땅콩알이 두 개가 아니고 한 개인 것들이 많다.
꽃의 암술에서 자란 자방병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아직도 캘 시기가 이른 감이 있어 맛보기로 열 놈만 캤다.
한 대접 삶아서 먹어보니 맛 또한 모자란 듯하다.
여름내 눈길을 별로 받지 못한 연못의 얼굴이 언짢아 보이기에 연못둘레에 난 잡초들을 깔끔하게 뽑아냈다.
연못주위에 어울리는 화초를 서너 가지 더 심고, 소나무 주위도 돌 쌓기를 하겠다고 하고는 실행을 하질 않으니 연못모양에 진전이 없다.
연못 옆에 핀 참취꽃이 그나마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