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원금을 받으니

2021. 9. 11. 10:02마음, 그리고 생각

 국민지원금을 받고 보니 기분이 좀 묘하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평생 동안 국가에 바친 근로소득세가 엄청나게 많은 고소득근로자출신(?)이 지금 국민 중 하위 88%에 속하는 국가관리신세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거시기하고 이상스럽다.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한편 화딱지가 난다.

국가의 분류기준으로 볼 때에 분명 나는 신분의 저하라는 서글픈 현상을 맛보았으니 푼돈 받았다고 기분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해 지자마자 어두워진 텃밭의 농막에 누워 피곤을 풀며 뉴스를 검색해 보니 국민지원금을 못 받는 이들이 줄기차게 항의하는 바람에 소관 행정부서가 곤혹을 치루고 있는가보다.

급기야 하위 88%를 하위 90%로 확대하는 모양이다.

푼돈 25만원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며, 지원금을 받는 데에 상위고 하이고를 따질 일도 아니며, 자신이 국가기준 국민 하위 몇%에 속하느냐가 노출되는 건 중요한 일도 아니며, 나라에서 어떤 사유로든 주는 지원금은 누구나 받으면 좋겠다는 민초들의 마음을 정치행정하는 이들이 제대로 파악이나 했을까?

상위 10% 선에 걸린 지원금을 못 받은 민초가 하위 90% 선에 해당되어 지원금을 받은 민초를 자신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불쌍한 민초라고 생각하고 국가의 지원금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이나 할까?

 

 국민지원금의 지급기준을 국민건강보험을 얼마 내느냐에 따라서 정한 것이 객관적으로 정당하고 오류를 최소화 시킨 방안이었을까?

재산의 소유방법과 형태들이 엄청나게 다양히고 부자들이 세금부과를 피하는 방법을 별 어려움 없이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나라가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함이 제일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고 국민지원금의 지급기준을 정했다 해도 민초들의 절박함과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하겠다.

 

 나라가 코로나사태로 국민들에게 국민지원금을 주는 것이라면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국민 모두에게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요상한 방법과 기준을 정하여 기분 나쁜 편 가르기를 하지 말고, 자존심을 상하게 할 일도 아니며, 선진국민이란 소리를 듣는 시대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조금 돌려받는 것에 불과한 지원금을 받으면서 구걸의 모습을 보이게 할 일도 아니다.

기준, 산정, 차등, 구별 등으로 어떠한 제도가 정해지면 공평무사하지 못하고 불만과 부작용이 당연히 뒤따르게 된다.

코로나로 모든 국민들이 너나없이 어려움을 당하고 힘들게 살고 있다.

구별구분하지 말고 모든 국민들에게 일정한 위로금을 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곳간이 비워짐을 걱정하여 차등을 주지 말라!

그럴 바에는 아예 지원금을 지급하지 말라!

우리 민초들은 나라가 어려워 부도가 난다는 데 돈 좀 달라고 억지 부리지 않는다.

우리 민초들은 자신이 고통스럽다 해도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고난을 극복하며 살아온 진정한 애국자인 국민임을 알라!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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