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꽃은 피는구나!

2021. 3. 30. 13:05돌밭의 뜰

 봄비가 고랑에 물이 채워지도록 흠뻑 내려 좋다했지만 미세먼지로 온 세상을 덮어 숨 쉬기도 힘들 정도다.

봄비를 잔뜩 먹은 부추밭 옆 한 평 밭을 그냥 놔두기가 뭣하여 마스크를 쓰고 삽질을 하고 흙을 고르고는 레드비트와 당근을 파종하였다.

마스크 쓰고 삽질해대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 옆의 부추밭 김매기 조금 더 하고는 호미를 던지고 말았다.

낼까지 공기가 좋지 않다니 밭에서 운동할 일이 없고, 몸 편히 뒹굴뒹굴 허리 펴고 지내는 게으름이나 즐겨야겠다.

 

 갑갑한 마음에 잠시 밭을 돌아다니며 보니 비 내린 후에 꽃들이 많이 피었다.

제아무리 나쁜 공기가 극성을 부려도 봄바람 맞겠다고 솟아오르는 꽃봉오리를 누를 수가 없을 것이고, 벌 나비를 끌어들이겠다고 색향을 풍기며 손 벌리는 꽃잎을 막을 수가 있겠냐!

별거 아니게 보이는 잡풀이라도 들여다보고 빠지면 아름답고 멋진 꽃들이다.

작물들 사이에서 갈 데를 잃어 이리저리 쫒기며 고생스럽게 살아가고 이어가느라 거친 삶을 지내지만 종족보존의 본능을 발휘하는 꽃만큼은 재배되는 화초에 못지않게 꽃답다.

 

 텃밭이 풀밭이고, 텃밭이 정원이라 쪼그리고 찾아보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참으로 많다.

굳이 화초를 심지 않아도 텃밭에 자생하는 풀들이 꽃피우며 향을 풍기니 꽃밭을 늘리려 땀흘릴 일이 아니다.

꽃밭 늘리겠다는 욕심 버리고 풀밭을 뒤지며 관찰하는 일이 진정한 야생화 즐기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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