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9. 21:31ㆍ돌밭의 뜰
물이 흐르는 소리나 수면에 물줄기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는 때에 따라서는 차분한 마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고요의 상태에서 아득한 의식에서 내가 깨어 있음을 느끼게 하기 도 한다.
지금의 농막이 텃밭 안쪽으로 옮겨지기 전에는 텃밭 서쪽에 있는 작은 개울가에 있었고, 농막에 수도를 놓기 전에는 개울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였으며, 여름 한낮에는 뽕나무로 하늘이 가려진 개울에 작은 의자를 놓아두고 수시로 찬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책 읽는 즐거움을 즐기기도 하였다.
개울에 흐르는 수량이 적어 물소리가 신통치 못할 경우에는 위쪽에 파이프를 연결하여 물을 개울물에 떨어지게 하여 물소리를 크게 키워 물소리를 즐기기도 하였다.
지금은 농막의 위치가 개울에서 15미터 쯤 떨어져있 고, 텃밭 바로 아래쪽에 집이 하나 들어서있어 예전과 같이 호젓하고 자연적인 개울의 맘 편한 운치를 누리기가 어려워졌다.
굳이 예전과 같이 즐기려면 울타리를 쳐야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수선을 피우며 할일이 되겠냐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텃밭주변의 인구밀도가 높아진 지금의 경우에 농막 옆 개울물소리 보다는 밭 안에 있는 연못의 운치를 더 중히 여기게 되니 조그마한 밀림 같은 개울가가 좀 멀어지게 되었다.
날이 더워져서 좀 이르게 울어대는가?
소쩍새소리가 예전보다 좀 이르게 산골짝을 슬프게 울리고 있다.
농막에서 땀 흘린 몸을 칠흑같이 어두운 개울에서 개운하게 멱을 감고 별 찾는 여행을 하다가 내려 깔리는 눈꺼풀을 비비며 자리에 누우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피토하는 양 애쓰며 울어대던 소쩍새소리가 묘하게 어울려 한동안 잠을 못 이루며 뒤척였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내가누구냐고 물으며 수행 길로 접어들었던 때가 적막을 깨며 흐르는 물소리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많았던 것이 새삼스레 떠오르는 이 밤이다.
물소리는 안 들리고, 아랫집과 친구농막 입구에 켜져 있는 태양광전등 몇 개가 오밤중의 어둠을 훼방하지만 그래도 산골의 고요한 어둠이 내 농막을 덮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송학산 꼭대기에서 내려 부는 서늘한 바람이 요즈음의 때 이른 한낮의 열기를 멀리 쫒아내고 있다.
이따금 들려오던 개 짖는 소리는 어둠에 잦아들고, 멀리 떨어진 논에서 요란하게 짝 찾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슬피 울어대는 소쩍새소리가 짙은 구름 아래의 적막에 잠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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