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9. 21:38ㆍ돌밭의 뜰
텃밭에서 토종민들레를 길러왔다.
토종민들레의 용도가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흔한 서양민들레와 달리 어쩌다 존재함을 귀히 여겨 흰 민들레를 보면 농막 옆 큰 돌 축대 앞 양지바른 곳으로 이식하여 돌보면서 싹틈, 개화, 씨 맺음, 홀씨날림 등을 바라보며 생명의 신비로운 과정과 아름다움을 즐겨온 것이다.
몇 해 전에 흰 민들레가 확 줄더니 그 대신 노랑민들레가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흰 민들레는 어쩌다 텃밭의 구석빼기에 숨어서 꽃을 피우기에 정성들여 캐내어 다른 밭에 옮겨 심고 있지만 번식이 신통치 못하다.
흰 민들레 밭이 노란민들레 밭으로 변한 이유까지는 모르겠으나 흰색을 노란색으로 바꾼 민들레도 토종임에 틀림이 없고, 이따금 그 무리들 속과
주변에서 흰 민들레가 꽃을 피우기에 언젠가는 온통 흰색 꽃들을 피우기도 하겠지 하며 주변의 잡초들을 적당히 제어하면서 민들레 밭을 넓히고 있다.
식물학적인 생각보다는 심적이고 미적인 즐거움을 중시하는 텃밭주인의 사고방식에 따른 야생화 즐기기에 어울리는 야생화재배방법이니 주인 맘대로의 관리방식인 셈이다.
민들레의 잎은 쌉싸름한 맛이 있어 나물로 무쳐서 먹으면 좋지만, 돼지고기찌개를 끓일 때에 푸짐하게 자란 민들레포기를 잘라 위에 얹어서 데쳐먹으면 느끼한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줄이면서 입안에 쌉싸름한 맛과 신선한 쌈 채소의 향을 풍기니 밥맛을 돋운다.
토종민들레를 귀히 여기는지라 포기 전부를 자르지 않고 잎을 따내어 먹지만, 어쩌다 찾아낸 큰 포기의 서양민들레는 통으로 베어서 즐긴다.
맛의 차이를 구별할 정도로 까다롭게 웃기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니며, 토종과 서양종의 약효차이도 관심사항이 아니기에 입맛의 필요에 따라 그저 편하게 즐기는 편이다.
토종노랑민들레를 잘 돌봐서 그런지 몰라도 녀석들의 크기도 크고 세력도 아주 좋다.
꽃대를 크고 길게 올리며, 어느 순간 꽃이 확 비었는가하면 어느 틈에 기하학적인 홀씨를 멋지게 만들고는 어느새 봄바람에 홀씨를 모두 날리고는 멋진 빵모자를 쓰고는 임무를 다했다고 꽃받침을 아래로 모두 내리고 뽐내고 있다.
요즘은 한창 요란하게 자손번식을 위한 토종민들레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홀씨를 따로 받아 다음해에 파종을 할 수도 있겠으나 틀이 잡혀진 토종민들레의 번식방법이 텃밭정원에 어울리기도 하며 자연스럽기도 한 것인지라 홀씨의 번식여행 만큼은 바람결에 맡기고 싶어 그대로 놔두고 있다.
토종민들레가 텃밭에서 넘쳐나면 여느 잡초들처럼 농작물을 위한 제어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즐기며 관찰해온 것으로 보아 귀찮음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더 많아지면 민들레 차나 효소나 나물 등으로 즐김의 폭을 키우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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