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9. 01:26ㆍ잡초,거름,멀칭,농약
일주일 만에 본 아래 집 할머니의 안색이 별로 좋지 못하여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며칠 전에 체기가 있어서 바늘로 손끝을 따내느라고 힘들었고 이틀을 고생하다가 할 수없이 병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할머니가 나보고 컨박스 옆에 난 익모초를 어쨌냐고 묻는다. 뽑아버렸다고 하니 실망하는 기색이다. 아래쪽 밭가에 익모초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니 그쪽엔 제초제를 뿌린 곳이라 쓸모가 없다고 한다.
속이 불편할 때에 익모초를 즙을 내어 아침에 한 사발 마시면 즉효라고하며 내가 뽑아버린 익모초를 아쉬워한다. 내년에 주변의 익모초를 캐어다가 익모초 밭을 만들기로 약속을 하니 할머니 얼굴이 환해진다.
점심 먹고 한낮의 게으름을 한껏 누리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텃밭 아래쪽 에 사는 사람이 올라왔다.
최근에 밭과 집을 사서 그곳에 부부가 살고 있다.
천여 평의 밭을 가꾸는데 일하는 모양이 프로다.
내가 심심할 때 이따금 그 사람 밭에 놀러가는 데 밭에 잡초 한 뿌리도 없이 깔끔하다.
나의 텃밭을 보고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비료 주어라 풀약 주어라 농약 뿌려라 하며 훈수를 빼놓는 법이 없다.
오늘은 “비료 주어야 토마토 먹지 안주면 안 달려!” 하고는 내 텃밭의 잡초를 베어 주겠다고 한다.
“어유 그냥 놔두슈 뭐 힘들게 비실려구요. 나중에 베어서 밭이랑에 깔꺼유”
다 쓸모가 있는 잡초이니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였다.
요즈음은 풀을 베어 지게에 한 짐 싣고 논둑길을 걸어가는 옛날의 농촌풍경을 보기가 힘 든다.
밭이나 논둑에 난 잡초는 가축의 좋은 먹이인데 그 잡초를 벨 수가 없는 것이다. 벨만한 잡초도 없지만 잡초가 있어도 베어서 가축을 먹이기가 겁이 나는 것이다.
송아지가 잘못 잡초 먹고 탈이 나면 3~4백만 원이 날라 갈지도 모른다.
제초제가 아무리 친환경이니 잔류하는 독이 없느니 하여도 제초제 뿌린 곳 옆에서 자라는 잡초를 베어다가 가축에게 먹이는 강심장인 농부는 없다.
내 텃밭의 잡초는 아주 싱싱하다.
제초제나 여타의 농약을 전혀 준 바 없어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텃밭의 모든 농작물이 잡초처럼 싱싱하게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을 정도이다.
소 먹이는 사람이 내 텃밭의 싱싱한 잡초를 보면 누구나 베어가고 싶어 한다. 좋은 飼草가 눈에 보이니 애지중지하는 소에게 보약을 먹이고 싶은 것이다.
요즘 초원이 딸린 농장에서 자라는 운수 좋은 녀석들을 제외한 소나 돼지는 참 불쌍하다. 맛 좋고 싱싱한 풀을 먹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힘들어져 가축평생 다 지나도록, 태어나서 죽어 인간의 입으로 들어갈 때까지 오로지 가공된 사료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어릴 적 농촌의 아이들은 거의 매일 꼴을 베러 나갔다.
요즈음 농촌의 아이들은 낫 들 일이 없어졌다.
제초제 덕분이다.
제초제가 농촌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
분명한 건 제초제가 가축들의 불행지수를 높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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