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5. 08:43ㆍ잡초,거름,멀칭,농약
텃밭 컨박스 앞의 마당이 온통 풀 천지이다.
그리고 텃밭으로 통하는 통로인 작은 길 또한 풀 천지이다.
며칠 전에 언덕너머 별장에 사는 분이 놀러 왔다.
내 농사하는 모양이 신기하여 이따금 와서 구경을 하고는 언제나 훈수를 한마디 이상을 하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육십 중반이 넘은 분이다.
“밭은 그렇다 쳐도 마당과 길엔 풀 좀 없애슈! 보기에 좀 뭐하네!”
“왜요? 보기 얼마나 좋습니까? 그냥 편하게 보면 그것도 눈이 시원하잖아요?”
“흥! 별게 다 편하고 시원하다네! 풀약 몇 번 치고 나는 풀 슬슬 뽑으면 깨끗해! 내 얘기대로 하슈!”
그 분의 별장에 가보면 마치 철저한 텃밭계획으로 깔끔하게 구획정리가 빈틈없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마당엔 잡초 하나도 없이 평평한 흙바닥이다.
텃밭에도 농작물 이외엔 풀이라곤 하나도 없다.
화단엔 잡풀이 하나도 없고 예쁜 꽃으로 정성들여 가꾸어 기막히게 깨끗하고 화려하다.
숨이 막힌다.
난 그러한 깨끗함과 지나친 조작이 싫다.
마당이 학교운동장 같이 매끈한 게 싫다.
난 어느 정도 자연적이고 생긴 대로 놔두는 여유와 약간의 게으름이 좋다.
아무리 마당이 풀밭이라도 쑥이 무릎 높이만큼 크게는 놔두지 않는다.
적당히 선호미로 잘라내고, 긁고 하니 잔디구장은 아니나 잡초구장 정도는 된다.
오밤중에 밖에 나와 돌탑외등의 조명아래 풀밭 위 낚시의자에 몸을 맡기고 별빛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본다.
신발 아래 풀잎에 묻어있는 물기의 싱그러운 냄새가 코를 스친다.
보잘 것 없는 잡초도 내 마음을 느긋하고 풍성하게 할 줄을 아는 데 내가 왜 잡초를 미워하며 사그리 없애야 하는가?
텃밭농사 수준을 즐기는 나 같은 한량의 기준으로 볼 때 잡초를 미워할 것 까지는 없다고 본다.
어찌 보면 잡초와 같이 살면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워 진다고 생각한다.
내 텃밭엔 잡초가 무지 많아도 내 텃밭은 내게 먹을거리를 언제나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최소한 잡초로 텃밭농사를 망치지는 않았다.
내가 생산된 농산물을 남에게 팔아서 소득을 올려야하는 경우라면 잡초를 없애기 위하여 제초제를 뿌리고, 비닐멀칭을 하고, 유기질비료 외에 화학비료도 적절하게 주어야하고, 농약을 때맞추어 주어야한다.
그러나 나 같은 텃밭농사수준의 경우라면 그냥 편한대로, 게으른 대로 놀아가며 농사를 지어도 내 가족의 먹을거리는 그런대로 풍족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 보고 직업이 농업인 진짜 농군과 똑 같은 농사를 하라면 벌써 때려치웠을 것이다.
그런 재미없는 농사의 산물을 내가 먹기 위하여 굳이 내 스스로 생산성 없는 땀 흘림을 할 이유가 없다. 사먹으면 간단하다.
내가 텃밭농사를 하는 이유는 내 스스로 정한 가치와 재미를 얻기 위하여서다.
앞으로도 내 텃밭엔 잡초가 판을 칠 것이다.
아마도 해를 거듭할수록 잡초의 종류가 줄어들고 수량이 줄어들겠지만 상당한 정도의 잡초는 언제나 텃밭에 살고 있을 것이다.
게으름을 부린 고구마, 고추, 호박을 심은 밭이 온통 풀로 덮였다.
장마가 시작되니 엄청난 속도로 잡초가 자랄 것이다.
예초기를 손보고 가동태세를 갖추어야한다.
호미와 낫으로 잡초를 다스리기엔 이미 늦고, 텃밭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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