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초농군
2006. 5. 23. 10:54ㆍ잡초,거름,멀칭,농약
작년에 텃밭 아랫집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바, 가치 있는 삶을 사신 제초농군이 세상 떠나심을 애도하였다.
제초제를 돌아가실 때까지 거부하시던 할아버지의 강한 농부의 마음을 존경하던 터에 그 분의 죽음은 나에게 크나큰 허전함을 주었고, 그 후 내가 낫으로, 선호미로, 예초기로 끊임없이 끈질기게 자라는 텃밭의 잡초들을 다스릴 때마다 그 할아버지 생각을 하곤 했다.
아! 그런데 또 다른 제초농군이 나타났다.
연세도 팔십 중반으로 돌아가신 제초농군과 비슷하고 꾸부리고 앉아 낫으로 풀을 베는 모습도 거의 흡사하다.
내 텃밭 아래의 논임자로 논밭 둑에 자라는 풀을 독약인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열심이 베어낸다.
먼저의 제초농군에 비하여 차원은 좀 다르다.
타계한 제초농군은 조건 없이 제초제를 거부한 반면(베어낸 풀을 밭 아랑에 덮어 풀의 세력을 약하게 하고 거름의 효과를 얻었음), 지금의 제초농군은 베어낸 풀을 사랑스런 염소엄마와 아기염소의 먹이로 주고 있다.
적절한 수의 가축을 기르면서 잡초의 가치를 배가 시키는 지금의 제초농군은 똑똑한 농군임에 틀림이 없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할 일이 항상 많아야한다.
그래야 심신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사는 즐거움을 맛보면서 여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어떤 일이든 간에 할 것이 없으면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따라서 목적 없는 삶은 생의 활력을 없애 일찍 세상을 뜨게 되거나 건강에 지장을 받아 명대로 사는 데 고생을 하게 된다고 본다. 주변의 어르신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결론이라 하겠다.
그래서 나는 자식들이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까지 언제나 일거리를 제공토록 연구하며 항상 끊임없이 어르신들을 부려먹어야 효자노릇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사시는 효자 여러분!
어르신들을 편하게 아무 일도 안하시도록 모시지 말고 남들이 욕할 정도로 일거리를 주십시오.
그래서 어르신들이 밤에 피곤해 곯아떨어지도록 만듭시다.
어르신들을 부려먹는 여러분들의 가정에 ,,,,,,,,,,,,평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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