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30. 02:11ㆍ삶의 잡동사니
올해는 벌써 벌침을 세 번이나 맞았다.
한 번은 취수통 손보러 가다가 조그만 노랑탱이의 집중공격(나무로 뒤덮인 오솔길을 낫으로 치며 가다가 벌집을 건드렸다)을 받아 무릎 위쪽과 양 손목을 쏘여 혼이 났었고, 두 번째는 콩밭 풀 메다가 말벌 한 놈이 팔뚝에 깊숙하게 한 방(엄청 아프고 땡땡하게 부어오름), 이번에는 빨갛게 잘 익은 고추 두어 관 따고 저녁 맛있게 먹은 후 목욕하러 샤워장에 갔다가 어깨와 목 사이에 두방을 맞았다.
벌은 건들지 않으면 공격을 안 하니 조심을 하면 되겠지만, 어디 마음대로만 되는가?
샤워장에 날벌레가 좀 있기에 목욕하러 들어가 에프킬라를 조금 뿌렸는데 웬 말벌이 윙윙거리며 머리위로 시위를 한다. 밖으로 튀어나가 정신을 차려 에프킬라 쌍권총을 휘두르며 마구 살포! 허허 이놈들 별거 아니 구만 하며 외등에 몰려드는 놈들을 혼을 냈다. 이 놈들 힘이 장사라 여러 번을 직접 총을 맞고도 바로 낙하하지 않고 외등 주변을 계속 선회한다. 신나게 쌍권총을 발사하는 와중에 용감한 놈이 내 목덜미로 돌진하여 들어와 드디어 한방을 깊숙하게 찔러댔다. 크악! 수건 들고 마구 목덜미와 뒷머리 통을 후려치는 데도 계속 윙 소리와 함께 또 한방! 할 수없이 컨박스에 들어가 옷을 급하게 벗어보니 외리 안쪽에 한 놈이 붙어있다. 성질이 솟구쳐 다시 중무장을 하고 쌍권총 발사! 이 놈들 60여 마리 전부 졸도하며 낙하.
조심조심하며 목욕을 끝내고 들어와 약을 바르고 심호흡을 하는 데도 계속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다음날 아침에 샤워장 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니 저수탱크아래 비닐 안쪽에 누런 말벌집이 보인다. 에구머니나! 여러 놈이 날 노려본다. 저걸 어쩌나? 노봉방이 각목에 단단하게 붙어있어 쉽게 떼어내지 못하겠다. 이 궁리 저 궁리 해보아도 묘책이 없다.
연장을 찾으려고 저수탱크 아래 연장창고를 열어보니 위쪽 구석으로 노봉방이 큰 수박 반쪽만 하게 붙어있다. 샤워장과 연장창고에 연이어 벌집을 크고 단단히도 지어 놓았다. 이십 여 마리가 노란 눈을 치켜뜨며 날 노려본다.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는 거 참 신경 쓰인다.
귀한 약재로 쓰인다 해도 마냥 놔두기도 겁나고.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나타났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네 번의 벌침요법을 시술당해 이제 이력이 났나보다.
말벌 침 두 방도 참을 만 하다.
'삶의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결된 농협조합원 가입 (0) | 2005.10.08 |
---|---|
고추대신 토종밤 (0) | 2005.09.22 |
서리하는 즐거움 (0) | 2005.08.04 |
내 수박 누가 서리했어요 (0) | 2005.08.04 |
조금도 못 놀아 (0) | 2005.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