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하는 즐거움

2005. 8. 4. 16:13삶의 잡동사니

 

요즈음 아이들이 서리를 알고나 있을까?

서리를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실제로 서리를 해 본 일이 몇이나 될까?


“서리”의 국어사전적 의미 : 여럿이 주인 몰래 훔쳐다 먹는 장난

따라서, ***혼자 하면 안돼 : 여러명이 서리를 해야 재미있는 장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인이 쳐다보는데 해도 안돼 : 주인이 보는 데 서리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보는 데도 서리하는 배짱은 아이들 마음이 아니겠지.

  ***장난(놀이)차원을 넘은 것(주인의 손실 규모를 따짐)도 안돼 : 서리를 한 결과 주인이 가슴앓이를 할 정도의 피해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 그 경우는 도둑에 해당되는 범죄행위이다. 수박 한통이나 오이 한 개라  할지라도 주인이 서리당해 마음이 아프면 서리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봐야한다. 즉, 서리한 이후라도 주인이 허허하고 웃어넘기는 정도의 범위에서 주인 몰래 맛있는 과일을 슬쩍해야 한다.

  ***즐겁지 않은 서리를 해서도 안돼 : 서리는 즐겁게 노느라고 하는 것이다. 도둑의 심보를 가져서도 안 되고, 주인놈 너 망하는 것 좀 보자하며 밭을 망쳐 놓아서도 안 된다.

  ***서리는 아이들이 하는 것 :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하는 짓은 남의집 복숭아, 포도 등을 배부르게 따먹어도 예쁘게 보인다. 물론 개판을 만들어 놓으면 안 되고 애교의 범위에 들어야 한다.

어른들도 서리를 할 수 있다. 단, 아이들의 마음을 가지고 즐거운 서리를 해야 한다.


요즈음엔 서리하기도 힘들다. 일반적으로 주인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일 서리를 용납하지 아니하므로 서리는 절도에 해당되는 거니 서리하다간 잘못하면 얻어터지기 일쑤다. 옛날 내 어릴 적엔 서리하다 들키면 주인 어르신네가 조그만 아이들 뼈 빠지게 일 시켜먹고 용서해주곤 과일 한 보따리씩 담아주어 입이 째지게 즐겁게 만들어 주었는데, 요즘은 산탄공기총 이상의 흉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옛날과 지금의 인심의 차이로 엄청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하니 요즘 아이들이 서리를 어찌 알 수나 있겠는가.

 

지금도 인심 좋은 시골에선 서리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서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서리의 참맛을 알고, 인정과 우정을 키우고, 낭만을 배우고, 싱싱한 가슴을 지니며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손자를 보면 시골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 물론 아들과 며느리가 따라야 되겠지만 꼭 그렇게 하고 싶다.

아들 둘은 도시에서 키웠지만, 손자들만큼은 꼭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람답게 자라게 하고 싶다.

손자들과 함께하는 서리는 참 맛이 좋을 것이다.


내년엔 수박과 토마토, 그리고 참외를 많이 심어 서리 이벤트를 꼭 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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