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8. 20:49ㆍ삶의 잡동사니
올해 농지원부를 등록하고 나도 농부다 하며 히히거리고 다음엔 단위농협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여야지 하며 준비를 했다.
조합원의 자격, 출자금, 혜택 등을 조사하고 면에서 농지원부를 발급받아 단위농협에 조합원가입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신청(구두)때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조합창구의 책임자가 매우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부터가 이런 이렇게 폐쇄적일 수가 있나 하며 중얼거리게 만드는 것 아닌가?
몇 백 만원 내지 일천만원 되는 출자금으로 조합원이 얻는 배당금이 그리 큰 건지,
내가 가입함으로써 기존의 조합원이 손해를 보는 것이 있는 지,
비료나 농약을 엄청 헐하게 살 수 있는 나 모르는 특혜가 있는 지,
아니면 내 얼굴이 농부 같지 않고 도시의 건달 같이 생겨 먹었는지,
어쨌든 호의적으로 보아주지를 않고 단위조합의 이사회를 열어 심의를 한 후 결정사항을 통지하겠단다.
일주일 후 내가 농지원부상의 주민등록지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음을 이유로 조합원가입 부결의 통지서가 컨박스 우체통에 들어왔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조합규약이나 정관 등에 정한 조합원의 자격요건에는 실 거주는 요건이 아니다.
그 곳에 농지원부가 있는 농민이면 가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헌데, 그 조합은 나의 기분을 망쳐 놓았다.
농협 상부에 이의를 제기하며 난리를 피울 만한 가치가 없는 일이기에 더 이상 일을 만들지는 않았으나, 내 친구들은 우스개 소리로 헌법소원을 하라고 놀려댄다. 자기들이 무료로 변론을 하겠다며 말이다.
참 웃기는 현상이 벌어졌고, 한편 씁쓸한 기분이다.
내가 뭐 그 고장에서 이상한 농민운동이나 괴상한 짓거리를 하려고 농협가입을 하려는 게 아니고, 나도 농민임을 스스로 각인해가며 빈틈없는 귀농을 준비해가는 과정의 일부분인데 한방 맞고 보니 농촌에 대한 좋은 시각이 잠시 흐려져 버린다.
농협조합원 가입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의 처지에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일이라고도 볼 수 없다.
그러나 귀농을 착실하게 준비해 가는 나는 하나하나 농촌생활에 필요한 경험과 사소한 자격과 의무까지 찾아보며 실패하지 않는 귀농을 위하여 애를 쓰고 있는 데, 그러한 생각하지 못한 방해로 기분이 잡쳐진다.
하긴, 그 심사결정대로 내가 그 곳에 실제로 살고 가입신청을 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니 나중으로 미루어서 잘못될 일도 아니다 하며 가볍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다.
어찌되었건 요즈음 두 주일은 농사관련 생각은 접어버렸다. 더구나 막바지 고추 수확도 병과 벌레로 팔 할을 망쳐 버렸는데 기분이 우울하다.
사소한 사건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농촌 모든 분야가 좀더 개방적이고 친절해져서 즐거운 마음으로 귀농하려는 도시인들이 더욱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