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9. 22. 23:51ㆍ삶의 잡동사니
추석 전에 홍 고추를 세 번째 수확한 후 열흘 만에 친구와 같이 텃밭에 갔다.
유기농 고추 자랑을 하려고 한껏 별러 컨박스에서 하룻밤을 지낼 일정을 잡고 흥얼거리며 유쾌한 마음으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텃밭에 도착했다.
친구 왈 “이게 밭이 아니라 풀밭이구만!”
그래도 몇 개 달려있는 토마토를 한 개 따서 바로 먹어보더니 “아항 ! 거참! 맛은 기차구만! 속이 꽉찬 게 기막힌 맛이네!”하며 감탄연발이나, 따갈 놈은 없다.
고추밭으로 가니 달린 고추 열 개중 두세 개 만 제대로 깨끗하게 생겼다.
“히히히 이게 유기농? 유기농은 썩고 벌레가 먹어 제대로 된 놈이 없다 이거지? 그 딴 농사가 농산감?”
고추밭에 거름기는 며칠간의 호우로 싹없어지고 병든 고추가 널려버렸다. 그래도 고추 꽃이 피어있고 잔고추가 달려있어 몇 번 더 수확할 기대를 가져보나, 친구의 빈정대는 얼굴을 쥐어박을 방법이 없다.
텃밭 수준의 초보농군의 유기농은 그런 거야 하며, 얄팍한 유기농에 관한 훈시를 해보나 친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밭 한쪽의 밤나무에 시선을 보낸다.
비를 맞으며 떨어진 토종밤을 반말정도 주었다.
작년에는 밤줍는 시기를 놓쳐 제대로 된 밤알을 몇톨 줍지를 못했었다.
밤송이가 벌어져 알밤이 떨어져있는데도 사람이 주어간 흔적이 없다. 며칠 지나면 벌레가 먹고 들짐승들이 먹어 버릴 텐데...
대추알 보다 더 작아 상품가치가 없어서 줍지를 않는가?
집에 와서 쪄 먹어보니 심심풀이로 아주 좋다. 알이 작아서 좀 그렇지 맛은 개량종보다 월등하다.
병든 고추대신 토종밤이 체면을 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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