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4. 01:42ㆍ삶의 잡동사니
인분주 듬뿍 먹여가며 정성들여 기른 수박!
이젠 따먹을 때가 되었다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풀을 헤쳤다.
축구공보다 작은 놈이 하나, 둘, 셋, 어? 세 녀석이 탈출을 했다.
분명히 열흘 전에 여섯 녀석을 흙 묻지 않게 자리를 조심스럽게 받혀 주었는데?
시험 삼아 수박 다섯 포기를 재배했다.
물론 제초제, 화학비료, 농약을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하고, 귀한 인분주를 아낌없이 주어서 싱싱하고 예쁘게 길렀다.
텃밭 아랫집 사람은 그게 농사냐 하며 우거진 잡초를 바라보면서 혀를 차며 비웃었다.
그런데 아래 쪽 밭에 비닐멀칭위에 데굴데굴 구르는 복수박이 잔뜩 있는 데도 똥물먹은 내 수박을 서리했다.
한 번 맛을 봤겠지. 그리고 맛이 좋아 두 놈을 더 서리했을 꺼야!
작고 잘 익은 수박이라 주먹으로 팍 깨어 신나게 먹었을 꺼야.
그래도 반은 남겨놨단 말이야. 고맙게도 말이야.
생각해 본다.
기분이 참 좋다.
내 밭에서도 서리를 해가는 대상이 있다는 게 참으로 기분이 좋다.
맛이 좋거들랑 내년에 당신도 유기농 해보슈!
무관심과 무시의 대상인 나의 텃밭농사가 서리의 대상이 될 정도로 가치가 올라갔다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취수통을 손보러 나뭇가지를 헤치고 산길을 가다가 노랑탱이 벌침 세대를 화끈하게 맞았다.
양 손등, 그리고 오른쪽 무릎 옆에 얻어맞고 산 아래로 줄행랑.
비가 계속 오락가락하니 풀 뽑기도 힘들고 벌침도 맞은지라 수박 세통, 고추 세근, 토마토 스무 개, 부추 두 단, 옥수수 한 솥, 가지 네 개, 깻잎 한단, 단호박 여섯 개를 대충 꾸려 귀가 길로 올랐다.
자정이 넘어 집사람과 아들을 모아놓고 수박 한통을 잘랐다.
계속된 비에 물을 먹어서인지 생각보다 맛이 훌륭하진 못하다.
내년엔 땡볕에서 잘 익은 수박을 적시에 따야겠다.
그리고 수박서리 이벤트도 재미있게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