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이 별장으로

2009. 5. 25. 13:02농막

 텃밭에 6평 컨테이너농막이 있다.

텃밭의 공유자인 친구가 분가를 한 관계로 혼자 쓰는 농막이 되었다.

농막이 하나 있음으로 텃밭에서 일하고, 쉬고, 자면서 지내기가 아주 편하다.

녹슨 컨테이너농막 외부를 여러 번 칠하고 농막 내부를 이것저것 손을 본 관계로 텃밭생활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모자람이 있었다.

농막 침상에서 보이는 출입구의 잡동사니 물품보관대가 어지럽고, 안쪽의 살림살이들이 눈을 산만하게 한다.

그리고 십년이 넘은 듯한 컨테이너박스의 내부를 이루는 보드는 색이 변하고 때가 끼어서 아무리 닦아내어도 지저분하게 보인다.

 며칠 부지런을 떨었다.

먼저 농막 안에 문을 하나 더 달아 농막출입구와 잡동사니 물품보관대가 보이지 않게 하고, 텃밭친구와 같이 사용하던 침상을 혼자 자는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크기를 줄였으며, 침상을 더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간이파티션 처리를 하였다.

 

 

 

 

  

막대기 몇 개 덧댄 침상구역에 롤 스크린을 하나 달면 아주 좋을 것이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니 텃밭에 나가 비 맞으며 호미질 할 일이 아니다.

저녁 먹고 침상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니 풀어진 몸이 근질거린다.

밀가루 풀을 한 냄비 쑤었다.

그리고 준비해놓은 한지를 꺼내 작은 공간부터 메울 크기로 벽지를 잘라 구석빼기와 틈새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목덜미와 팔뚝이 뻐근할 때까지 도배하니 침상부분이 얼추 도배가 되었다.

다음날 온종일 농막세간 이리저리 옮기고, 풀 쑤고, 도배지 자르고, 붙이느라 온몸이 뻐근하다.

보조일꾼 없이 혼자 하느라 북 치고 장구 치고 춤춘 결과 농막출입구까지 모두 완성을 하였다.

전기난로와 간이보일러를 이틀 동안 켜고 일하였더니 도배한 것이 아주 잘 말랐다.

침상 쪽은 황토한지로 도배를 하였고, 다른 부분은 한지초배지로 도배를 하였다.

색상이 구별되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침실(?)과 거실(?)이 구별되니 농막은 방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다.

 이제는 텃밭의 농막을 움막이라 하지 않고 별장이라고 하여야겠다.

별장이 생겼으니 텃밭주인은 부자가 된 것이다.

부자가 되어 호화판 별장에 누우니 황토한지의 안온함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컨테이너농막이 텃밭의 별장으로 새로이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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