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9. 23:21ㆍ농막
봄부터 지금까지 농막을 꾸미느라 매달리고 있다.
짬짬이 텃밭을 다시금 늘려가고 가꾸고 있지만 텃밭생활을 즐기기에 필요한 수준으로 텃밭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농사를 하느라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 아닌데 텃밭에 컨테이너박스 하나 덜렁 놓아놓고 내가 농부라 할 수는 없다고 보는 지라, 텃밭생활을 좀 윤기 나게 하려는 취지로 텃밭을 다시 꾸미고 있는 것이다.
13년 전에 텃밭을 사고 귀촌의 뜻을 가지고 텃밭을 시작했을 때에는 젊은 혈기로 모든 것에 자신을 갖고 겁 없이 부닥치며 호미자루를 휘두르면서 돌밭을 개간했었지만, 6년간을 손바닥에 굳은 살 없이 육체적으로 편하게 지내며 나이를 먹다보니 지금은 텃밭생활의 모든 것이 생소한 듯 손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이따금 과욕으로 인한 노동이 육체에 부하를 걸어 부상이라는 결과를 초래케한다.
한 번 부상당하면 회복하는 데 따르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부상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쾌함이 농사의 즐거움을 갉아먹는 바람에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농사를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친구와 같이 산 텃밭을 각자 분할합의 한 대로 나누어 분필등기를 하여 전에 있던 농막을 나의 토지로 옮기느라 몇 달을 고생하며 지내고 있다.
불과 여섯 평 작은 농막이지만 내 밭으로 옮기고, 부대시설을 새로이 만드는 것이 촌에서의 텃밭생활에 상당한 무리가 뒤따르게 하였다.
뭐 간단하게 기계를 동원하여 농막을 옮기고,
돈 주고 사람 사서 부대시설을 공사하면 손쉬운 작업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편하게 돈 들이는 것이 내 성미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지금의 내 주머니 사정으로 감당할 수도 없으니 쉽고 편하게 농막이전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 혼자 힘으로 모든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어 작업이 지연되고 완성까지의 과정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내 나름대로의 즐거운 고생을 많이 하여야 한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한 일이 꽤 많다.
1, 농막을 내 텃밭으로 옮겼다.
옮기느라 농막기초를 텃밭의 돌을 캐어 컨테이너박스 바닥에 맞추어 쌓았다.
전기와 수도 연장공사를 완료하였다.
농막에 부수된 헛간공사를 하였다(헛간 내부는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지만).
농막출입구 앞쪽으로 비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지붕공사를 완료하였다.
2, 비닐하우스에 지붕비닐을 덮었다.
오래되어 찢기고 삭은 비닐을 걷어내고, 전에 씌었던 비닐보다 두꺼운 0.15mm비닐로 튼튼하게 새로 지붕을 덮었다.
3,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업하기 좋도록 큼직한 작업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다.
목공작업대는 나 같은 텃밭생활을 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것이다.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어 만들기를 잘했다고 본다.
3, 농막 안에 수세식변기와 욕조를 설치하여 좀 더 편리한 텃밭생활을 할 수 있도록 농막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텃밭친구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농기계와 공구류를 보관하던 창고를 비우고 그 자리에 욕조와 변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텃밭생활에 윤기를 줄 수 있도록 궁리를 한 끝에 과감하게 욕조와 변기를 농막에 들여놓았다.
이제 욕조, 변기, 온수기, 환풍기 등 시설을 하였으나 완료를 하려면 한 2주는 지나야 되지 않을까한다.
농막 안의 배관공사와 전기공사를 완벽하게 하고난 뒤에 외부공사를 하여야 한다.
양변기의 배관은 인분주제조통으로 연결이 되어야하고, 인분주제조통은 1톤짜리 한 개, 0.6톤짜리 두 개로 구성할 예정이다. 소음이 적고 성능이 좋은 공기공급기를 설치하여 빨리 발효가 되고 냄새가 빠져 텃밭의 거름으로 쓰는 데 문제가 없는 인분주를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 만들어 놓아야 할 것들과 손 봐야 할 것들이 몇 가지 더 있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수대, 농막 출입구 앞에 소형 데크, 농막안의 침대, 연못 보수공사, 연못주변 꽃밭조성, 텃밭모양 만들기와 통로 만들기 등이다.
지금 텃밭에서 자라는 녀석들은 텃밭규모에 비추어 좀 한심하다.
고추 70여 녀석, 고구마 100여 녀석, 땅콩180여 녀석, 감자 40여 녀석, 옥수수 50여 녀석 등이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이 번 소나기가 오기 바로 전에 녹두, 대파, 부추, 들깨, 쌈채 등을 텃밭 여기저기에 파종을 하였는 데 제대로 싹이 틀지는 모르겠다.
유실수로는 매실 30여 주, 자두2 주, 살구 2주, 사과 7주, 밤 3주, 산수유 3주, 호두 2주, 복숭아 3주, 대추 3주, 앵두 3주, 보리수 1주 들이 살고 있으며,
봄철이 되기 전에 각종 유실수들을 50여 주 심었었으나 늦추위와 극심한 가뭄으로 살아남은 녀석들은 아로니아 20여 주 이외엔 별로 없어 애를 태웠다.
게다가 제대로 돌보질 못해 살아남았던 어린 것들도 잡초에 덮여버렸다.
올해 가을에는 잡초를 확실하게 베어 눕혀 내년 봄에 좀 많은 유실수들을 심을까한다.
돌이 많아 일년생 작물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는 땅엔 유실수 위주로 텃밭을 만들고 텃밭 사이사이로 좁은 길을 만들어 작업하거나 산책하기 좋도록 꾸미려 한다.
오랫동안 손길을 제대로 주지 못하였던 텃밭에 너무 이르게 많은걸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옳지 못하니 앞으로 차츰 많이 어루만지면서 맘에 드는 텃밭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농사를 욕심으로 할 일이 아니다.
내 농사실력과 내 주관으로 농사에 욕심을 낼 일이 아니므로 내 맘에 맞는 농사를 즐기는 것이 타당하고, 내 나이에 걸맞는 농사방법과 텃밭생활을 만들어가는 것이 타당할 것이리라.
어쨌든 올해는 앞으로도 땀깨나 빼면서 지내는 날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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