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1. 18:40ㆍ농막
봄이 오기 전부터 텃밭에 자주 가면서 칠년 동안 방치되었던 텃밭이 다시금 활기를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친구와 공유하던 텃밭을 분할하고 완벽하게 구분소유하면서 소유개념이 분명하게 되었고, 공동소유로 되어있는 텃밭출입구 쪽에 있던 컨테이너농막을 내 소유인 텃밭으로 이전하면서 텃밭작업의 고행이 시작되어 몸과 마음이 고달팠지만 차츰 모양을 잡아가는 텃밭을 바라보면 고생이 낙이란 걸 또 느끼게 된다. 내 농막이 거지같이 지저분하니 갖다버리라는 친구 녀석의 악담에 분기탱천하여 농막을 옮기고, 전기와 수도공사를 하고, 밭 경계를 측량하여 분명히 하면서 울타리목인 쥐똥나무와 무궁화나무들을 이식하면서 심신이 좀 피곤했지만, 이참에 어느 면으로 볼 때에 마음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친구 녀석과의 불편이 깔끔하게 정리되어가면서 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전에 쓰던 헛간을 손 좀 보아 모양을 잡고, 화장실을 창고로 개조하려면 아직도 잡일을 힘들게 하여야 하겠지만, 내 농막에 보관하였던 공동공구류들을 옮기고 나니 친구 녀석이 내 농막에 드나들 일이 없어져 아주 개운하다. 화장실 없는 나에게 자기 화장실을 쓰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결벽증에 걸린 친구 녀석을 탓할 일이 아니다. 아침마다 호미 들고 최우수복합비료를 공급하느라 으슥한 텃밭을 찾아다니는 불편도 세월 지나면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샤워장을 개방하지 않는 친구 녀석을 욕할 일도 아니다. 결벽증에 걸려있는 녀석을 뭐라 할 일이 아니다. 해진 후에 수건에 물 적셔서 냉수마찰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낭만이 오히려 고마울 일이라 생각하면서 공동공구류를 옮기고 나서 친구 녀석한테서 내 농막 열쇠를 회수하니 나 또한 아주 개운해졌다. 나도 결벽증이 있나보다? ㅎㅎ * 혼자서 비계파이프 땅에 박고, 6미터 길이 비계파이프를 들어올려 고정시키고 하다보니 각이 틀려져 지붕처마선이 들쭉날쭉이다. 아마목수 티를 냈다고나 할까? 새로 옮긴 농막에 붙여 만든 헛간은 출입문을 달면 완성이 되고, 농막출입구 앞쪽으로는 전에 차광막을 만들었던 비계파이프로 폭 2미터, 길이 6미터, 높이 2미터50센티 크기의 뼈대를 세우고 서까래를 얹었다. 그리고 소골 슬래브를 얹어 비 가림시설을 하였다. 농막 출입구 앞에 조그맣게 데크를 설치하고, 왼쪽에 놓여 진 수도에 개수대를 설치하면 그런대로 텃밭생활이 편해질 것이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시설이 남아있다. 아직도 결정을 미루고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화장실과 목욕실이다. 비닐하우스 안에다 설치를 하려다가 친구와의 공동소유공구류를 이전시키고 나니 잡다한 물건들을 헛간으로 옮기고 나니 농막 안 창고가 휑하게 비어있다. 폭 1미터 50센티, 길이 2미터의 한 평 크기라 이동식욕조, 양변기, 세면대, 온수기를 그런대로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라 내 농막에 딱 어울린다. 한 가지 문제는 양변기로부터 연결되는 똥통을 어떻게 설치하느냐가 문제이다. 농막엔 정화조시설을 할 수 없다. 그리고 할 수 있다하여도 난 정화조보다는 인분주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분주시설을 농막에 붙여서 하자니 산소발생기의 소음과 발생가스의 냄새를 잡는 일과 외관상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나 혼자 쓰는 것이라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좀 거시기하지 않을까? 목재와 부속들을 사서 보관을 하고 있지만 작업은 좀 늦어질 수밖에 없어 목욕과 용변은 한동안 지금과 같이 계속될 것이다. * 고추70여 주, 고구마 한단(100주) 심었으나 표도 안난다. 요즘 계속되는 가뭄으로 제대로 잘 살지 모르겠다. * 땅콩 200여 포기 기르려고 씨앗을 심었다. 좀 늦은 듯해서 이틀 물에 불려 움트게 했는 데 이 또한 가뭄에 잘 싹을 틔울지? 일을 마치고 해가 진후의 찬물은 얼굴과 마음을 개운하고 시원하게 만든다. 으슥한 산 아래 텃밭에서의 알몸 냉수마찰은 젊음을 몸에 불어 넣는다. 농막 북쪽에 별들도 시원하게 내 눈으로 들어온다. 한두 달 후의 내 텃밭을 상상하면서 빙긋한 웃음을 별들에게 보낸다. * 컨테이너 농막 위로 보이는 별무리 중 북두칠성과 우측 중간 아래 북극성이 자태를 뽐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