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3. 17:26ㆍ농막
텃밭에서 할 일이 많아 아직도 불편하게 지내던 일이 설거지와 빨래하는 일이었다.
수도는 텃밭에 들어와 농막 옆 땅에 세워져 있었으나, 편하게 개수대를 만들어 놓지를 않아 수도꼭지 아래 함지박에 쭈그리고 앉아 설거지와 빨래를 하였으니 남 보기에 민망하였다.
오랜만에 작물을 보살펴볼까 했는데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때때로 요란하게 내리니 예초기를 돌려가며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커피 한잔 내려서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며 음미를 하다가 이대로 온종일 노느니 개수대 만들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톱질을 시작했다.
비오거나 햇볕 내려쬘 때는 차광망 씌운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기 안성맞춤이다.
전기톱을 돌려 판재와 각재를 몇 개 자르고, 드릴로 비계파이프에 구멍을 뚫고 나사못을 박으면서 땀 안 나게 쉬엄쉬엄 작업을 하다 보니 세 시간 만에 개수대 뼈대가 만들어졌다.
상판으로는 0.7mm 합판을 얹고, 개수대 위에 지붕이 있긴 하지만 비가 들이치는 점을 감안하여 방부오일 칠을 두 번 하고 수도를 연결을 하니 마음에 드는 개수대가 텃밭의 재산목록으로 얼굴을 밝게 내민다.
설거지통은 전에 사용하던 개수대 것을 재활용하였다.
설거지와 빨래를 서서하니 쭈그리던 굴욕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이 여간 큰 것임을 알겠다. ㅎㅎ
설거지통 좌우로 작업대를 붙여 놓으니 잡다한 물건을 올려놓거나 간이식탁 등으로 그 또한 쓸모가 많을 것이다.
입추 티를 내는가보다.
저녁엔 송학산 위에서 내려 부는 바람이 많이 선선해졌다.
지난 보름부터는 새벽공기가 차게 느껴져 이불을 덮고 잤다.
초여름부터 날뛰던 더위가 해지는 무렵부터는 어느덧 슬슬 도망을 치고 있다.
텃밭 농막에 에어컨을 놓아 볼까 했었지만 선풍기 하나로 농막생활이 충분하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다.
농막생활은 땀 흘리며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일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내 생각으로 비추어보면 많은 전자제품이 필요 없을 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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