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끝났어도...

2007. 12. 11. 12:02농막

 

 겨울로 접어들고는 텃밭에서 작물과 씨름할 일이 없어졌다.

마늘밭 잡초피복을 하고, 꼴 우스운 금 배추를 거두고 나니 밭은 그야말로 썰렁하고 황량하다. 고추와 들깨 마른 가지를 뽑아서 태울 일이 있지만 좀 더 춥고 나면 쪼그리고 앉아 손 비벼가며 불을 쬐는 즐거움을 위하여 놔두었다.

 제대로 살지 않고 있는 텃밭에 갑자기 상수도(마을에 대공을 뚫어 나오는 질 좋은 암반수)가 들어오게 되니 수도설비를 모실일이 생겼다.

수도 계량기함이 농막 앞에 모양 없게 방치되어 보기가 싫고, 한겨울에 얼 염려가 있고, 수도관을 연결하는 분배기가 필요하게 되니, 이참에 농막에 부족한 부분을 손보기로 하였다.

 여자전용 소변화장실을 새로 만들어(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물을 매번 내리면 인분주가 너무 희석이 되므로)소변이 인분주통으로 직행하게 하였다.

* 변기 아래 파란 관을 통하여 소변이 인분주발효통으로 흘러들게 된다

 

 수도계량기와 수도관분배기를 아예 창고를 만들어 그 안에 넣고 잡다한 농기구를 보관하는 용도로 같이 쓰고, 창고에 붙여서 설거지를 편히 서서 할 수 있도록 개수대를 만들었다.

* 계량기함과 분배기

 

 

물론 개수대의 한 쪽으로는 가스렌지를 얹어놓고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으며, 개수대에서 나오는 물은 개울로 바로 빠지게 하였다.

* 스텐 싱크통은 고물을 이만원이나 주고 사서 설치하였다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용두산의 시원한 전망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앞을 틔어놓으니 비록 각목과 합판으로 대강 만든 졸품이지만 설거지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는데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농막 옆 차광막의 서쪽을 합판으로 세자 높이로 둘러치니, 여자화장실이 북쪽을 막고 농막이 동쪽을 막아 차광막이 그런대로 쓸 만한 광을 겸하는 출입구가 되어 한결 아늑한 맛이 난다. 공사를 끝내고 보니 차광막을 통하여 여자화장실, 화장실, 목욕실로 통하게 되었으며,  컨테이너농막 벽에 잡동사니를 붙여 놓으며 사용하는 텃밭의 효용에 잘 어울리는 그런대로 멋진 작품이 된 것이다.

 

 아직도 농한기에 할 일이 남아있다. 목욕공간을 좀더 편하고 깨끗하게 고치는 일이다. 기존의 정수통을 없애고(좋은 수돗물이 들어오니) 샤워시설을 좀 좋게 설치를 하려고 한다. 아내가 텃밭에 와서 제일 많이 불평을 하는 대상을 개선할 일이 남은 것이다. 날이 매우 춥지만 않다면 올해 안에 손을 볼 것이다.

 텃밭의 잡공사가 모두 끝나면 내년의 농사계획을 세우는 일도 하여야 한다.

텃밭이 이십여 개의 작은 밭으로 이루어 졌으니 돌려짓기와 섞어짓기의 기본을 유지하며 농사의 재미를 볼 수 있는 구상을 해야 한다.

취미농군의 텃밭운영도 아무렇게나 되는 것이 아니고 배우고 연구하여야 한다.

진정 농사의 즐거움을 얻는 과정은 역시 시간과 땀, 그리고 머리를 요구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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