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텃밭생활에 관한 생각

2018. 12. 10. 19:40마음, 그리고 생각

1. 농사를 어떻게 하느냐?


 농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농사하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로 선택되어 달라진다.

농사하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농사방법은 보통 관행농법, 유기농법, 자연농법 등 크게 세 가지로 대별된다.

관점의 차이는 있으나

관행농법은 경운, 비료, 농약, 제초제, 비닐멀칭(제초) 등을 일반적으로 용인하는 대부분의 농업인이 선택하는 농법을 말하고,

유기농법은 경운, 유기질비료, 친환경농약, 비닐멀칭(제초) 등을 용인하는 농법으로서 관행농법보다는 친환경적이면서 좀 더 어려운 방식으로 하는 농법을 말하고,

자연농법은 무 경운, 무 비료, 무 농약, 무 제초 등을 고수하며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는 자연적인 농사방법으로서 지극히 제한적이면서도 어려운 농법을 말한다.

 그러나 위의 구별은 엄격하게 표준화되어 정해진 바도 아니고, 학술적으로 완벽하게 정의된 것도 아니며, 많은 농사교과서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어진 바도 아니기에 농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농작물을 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그 구별을 함에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2. 어떤 농사방법이 좋은가?


 위의 세 가지 농사방법 중 어떤 것이 제일 좋은가?

농사하는 주체와 환경에 따라서 호불호를 택할 수 있는 것이니 한마디로 어떤 게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대량의 수확물을 얻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선택되어지는 관행농법으로 얻어진 농작물이 다량의 농약으로 오염되어 문제가 있으면서 맛이 없거나 영양학적으로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소위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유기농법으로 얻어진 모든 농작물이 관행농법으로 얻어진 농작물보다 맛도 더 훌륭하고 더 좋은 영양분을 골고루 갖춘 좋은 농작물이라고 확정적으로 공인된 바도 없으며,

일체의 오염된 조건과 환경을 멀리하면서 그야말로 자연적인 상태에서 재배를 하여 얻어진 농작물이 농작물의 챔피언이라고 인증을 받은 것도 아니다.

 농사방법의 좋고 나쁨은 농사하는 이의 주관에 의한 선택에 따라서 정하여지는 것이니 객관적 가치로 명확하게 점수를 매겨 우열의 줄을 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3. 어떤 농사방법을 택할 것인가?


 농사로 소득을 얻어 사는 대부분의 농업인은 일반적으로 농사하기 쉬운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한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팔아서 많은 소득을 올리려면 농작물이 재배되는 땅에 거름이 부족하면 화학비료든 유기질비료든 거름을 투입하고, 벌레가 기승을 부리거나 병이 생기면 살충제나 살균제를 뿌려야하니 농사의 규모가 커진 상태에서의 농업인은 그야말로 예전부터 해오던 대로 편한 방법과 발전된 방법에 의하여 일반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하는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의 여유를 좀 갖고부터는 관행적이고 일반적인 것보다는 좀 더 특별한 것을 찾다보니 소위 유기농이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주고 있다.

예전에 먹기 살기도 힘든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먹거리 자체만 있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과학의 발달로 화학비료와 농약이 흔해지고 다수확 농법이 개발되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한 주제로 떠오르는 시대가 되고부터는 좀 더 안전하고 좋다고 생각되는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재배하는 유기농법이 과거보다는 더 많이 선택되고 있으며, 유기농법이 관행농법보다는 더 좋은 농사방법이라고 점차 인정되어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유기농법으로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에는 재배방법상의 어려움, 대량생산에서의 한계, 생산된 농작물의 비싼 가격 등으로 관행농법을 대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현재는 소수의 농민만이 유기농법을 선택하여 농사를 하고 소수의 소비자들이 유기농법에 의하여 생산된 농작물을 구매하는 실정이다.

 일본에서는 소위 자연농법 또는 자연재배라고 불리는 재배방식이 후쿠오카 마사노부에 의하여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확립되어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따르고 있다고 하겠는데,

그러한 자연농법은 우리나라에서도 과거부터 극소수의 자연친화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도 존재하였었다고 생각되며, 최근에는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영향을 받아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이 농작물을 길러주는 방식을 따르는 자연농법을 농사방법으로 선택하는 이들의 숫자가 조금 더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농법은 농사로 돈을 벌기 보다는 농사를 즐기면서 스스로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정도에 만족하는 이들이 자연 속에서 친자연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에 어렵사리 영위될 수 있는 것이며,

농사가 생업인 농업인에게는 많은 고통과 인고의 세월이 요구되고 성공여부도 확실하지 못하여 쉽사리 선택하기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농사하는 이는 자기의 목적, 환경, 처지, 주관 등에 따라서 여러 가지 농사방법 중 알맞은 방법을 택할 수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그의 농사방법이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을 것이며, 어떤 농법이 더 좋은 것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어쨌든 농사주체인 사람이 스스로 좋고 편한 농법이라고 판단하여 선택한 농사방법이 자신들에게 알맞은 농사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4. 농사를 하는 사람은 아래와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농사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1) 농사로 소득을 올리고 살아갈 것인가?

 2) 농사를 즐기기 위하여 하는가?

 3) 농사하는 농토의 규모.

 4) 농토의 위치와 토질.

 5) 나이, 체력, 적성, 농사지식, 농사이력.

위와 같은 농사의 목적과 여러 환경과 조건에 따라 농사의 주체인 사람이 적절한 농사방법을 선택하여 농사를 하게 되는 바,

농사를 하는 이들 간에 선택한 농사방법의 우열, 좋고 나쁨에 관하여 서로 비난하는 것보다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옳다고 본다.

 

5. 나의 농사방법


 나는 소위 자연농법에 근접한 농사를 하는 중이며 아마도 앞으로 더욱 자연농법을 즐길 것 같다.

나는 경운기로 밭을 갈지는 않고 있으나 작물을 재배하느라 삽과 쇠스랑으로 이랑을 손보고 있다.

, 완전 무경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일체의 화학비료는 쓰지를 않고 있으나 인분주와 퇴비를 소량 밭에 주고 있으며, 유박비료를 필요시 밭에 뿌리고 있다.

, 완전 무비료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등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 완전 무농약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잡초를 방지하기 위하여 비닐멀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예초기, , 호미로 잡초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제어하면서 농사를 한다.

, 완전 무제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의 지금의 농사방법은 소위 자연농법으로의 입문단계 정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무 농약, 무 제초제, 무 화학비료, 무 비닐멀칭 만큼은 철저하게 지키지만 그 외의 농사방법은 어떤 틀에 꽉 맞추어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거름기가 없이 굳은 흙에는 적절한 수준에서 거름을 주고 삽과 쇠스랑 등으로 땅을 갈기도 하며, 잡초들이 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뽑아주거나 잘라주는 등의 필요에 따른 제어를 하고 있다.

 이러한 나의 농사방법은 소득을 올려 생활을 할 정도의 수준을 달성할 수는 없으나 식구들의 먹거리는 상당히 얻을 수 있기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으며, 잘 되면 남아서 남에게도 주기도 하지만 잘 안 되면 사서 먹으면 그만이니 농작물에 병충해가 번지거나 작황이 나쁘더라도 내 멋대로의 농사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소위 자연농법에 유사한 나의 농사방법으로 내 밭의 상태는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나는 지금의 농사방법에 만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밭의 경사를 고르고 나서 거름기가 없었던 300여 평의 농막 뒤쪽의 밭은 7년 이상 방치되어 잡초에 내 주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잡초가 살고 자라고 죽기를 반복하면서 흙이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잡초 때문에 황폐되리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기름진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경운기 동원 없이도 예초기로 우거진 잡초를 베어낸 후에는 농기구만으로도 밭이랑 만들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으리라 본다.

 

6. 밭 모양 만들기


 천여 평이 넘는 밭을 한두 개의 밭으로 만들어 한두 가지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하는 이에게는 아주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열 개 이상의 밭으로 이상하게 쪼개어 여러 가지 작물을 번갈아가면서 재배하는 일은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하는 이들이 볼 때에는 한심한 일일 수도 있다.

천여 평이 넘는 밭은 농사를 즐기면서 자연의 맛에 빠져 텃밭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도 소출의 욕심을 낮추지 않는 한 농사하기에는 좀 큰 규모이다.

 1,250평 크기의 내 밭은 산 아래 경사진 곳에 있고 삼단으로 구분이 되어있으며 샘물과 늪을 이용한 작은 연못, 작은 도랑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토질과 모양이 밭작물을 재배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과수를 심어놨고, 나무가 우거진 산 옆에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곳은 언제 지을지 모르는 정자 터로 다듬어 놓은 곳도 있어 단순히 텃밭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정원을 겸한 작은 농장으로 이용되기에 적합한 밭이라 하겠다.

그러한 밭의 모양과 환경을 고려하여 작은 농로를 만들고, 과수를 심고, 연못을 다듬고, 꽃밭도 만들어가느라 느리게 삽질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7. 텃밭생활 즐기기


 크던 작던 농사는 땀을 많이 흘려야한다.

농사와 더불어 자연을 즐기는 생활은 더욱 많은 활동과 땀을 요구한다.

무위도식으로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생활은 죽어지내는 것과 다름이 없는 무의미한 것이니 자연 속에서 농사를 하는 이가 추구할 일이 아니다.

무위자연의 삶을 추구하면서 가치 있는 땀을 운동 삼아 흘려가며 자연농법에 근접해가는 텃밭생활을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텃밭생활의 기본이다.

종심에 들은 나이가 되어 편리한 문명문화에 젖은 생활을 일거에 벗어버리기가 어렵지만 생각의 기본만큼은 무위자연에 붙어있기를 바라며 텃밭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이 들어가며 앞으로 세상과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분수에 맞는 인생살이, 욕심을 낮춘 인생살이, 모자라도 만족하는 인생살이, 안빈낙도하는 것을 추구하며 텃밭생활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텃밭생활을 즐기는 것은 기본적인 건강과 반소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이 들어 힘 빠져도 호미자루를 들고 흙을 긁어낼 기운이 있다면 농사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그렇다면 마음만 있으면 텃밭생활 즐기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일찌감치 자연과 농사에 눈을 돌려 밭을 마련하고 어설프고 한심한 농사이지만 나름대로의 엉터리자연농법을 구사해가며 텃밭생활을 즐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이다.

 올해를 마무리 해 가면서 텃밭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모양이 만들어졌고, 내년에는 더욱 텃밭주인이 즐거운 마음으로 텃밭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조잡한 모양이지만 여러 시설들이 갖추어졌다.

올해를 덧없이 보내지 않고 땀 흘리며 알차게 보냈으니 백수의 가슴은 훈훈하고 마음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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