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6. 11:29ㆍ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은 산 아래에 있고, 텃밭에는 온통 풀 천지이고, 적막이 거치면서 신선한 바람과 함께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텃밭의 기운이 어슴푸레 살아나면서 싱싱한 초록이 농막을 덮어온다.
전날의 노동운동으로 피곤함이 남아있어도 늦도록 잠을 잘 수가 없는 건 재잘대는 새소리와 이슬 먹은 작물들과 풀들이 자라나는 소리가 귓전을 스치며 지나가기 때문이다.
밤새 내리던 빗소리에도 달콤한 잠을 깨지 않고 있었는데, 소리 없는 자연의 소리에 인체의 감각이 반응하며 텃밭주인이 기지개를 키는 걸 보면 자연의 힘은 참 오묘하다.
소나무향과 산의 신선함을 머금은 시원한 새벽바람이 농막으로 찾아들면서 텃밭주인의 오감을 깨우고 가뿐하게 기상을 하게 만드니 텃밭의 새벽은 변함없이 상쾌하고 생동함을 느끼게 한다.
도시에서 지내면 시간가는 걸 모르고, 별 일이 없어도 무엇에 쫒기 듯이 온종일 허둥대고, 마음먹고 느긋해지자고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으면 새로운 활력이 충전되기보다는 나태함으로 인한 무기력으로 삶의 재미가 없어지기가 쉽다.
빗줄기가 가늘어져 이슬비로 바낀 새벽은 더욱 새로운 맛을 풍기게 한다.
송학산의 우거진 소나무와 이슬비가 어울려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하기도 하고, 밝은 빛과 상큼한 향을 실은 바람이 호박꽃을 깨워서 벌 나비를 맞이할 준비하기도 하며, 덩달아 바빠진 벌들이 허기진 배를 꿀로 채우려 호박꽃을 드나들기도 한다.
요즘 텃밭의 새벽 두어 시간은 해지기 전 두어 시간과 마찬가지로 아주 바쁘게 일할 때가 많다.
더위를 피하기도 좋거니와 식전의 한두 시간의 노동과 그로인한 땀 흘림이 정신과 육체를 적당하게 자극하여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낸다.
새벽에는 주로 호미, 낫, 선호미, 괭이 등의 농기구를 가지고 하는 운동을 하고, 해질녘에는 주로 예초기를 가동하며 팔과 허리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텃밭주인의 나이와 체력에 맞는 노동을 운동 삼아 하는 양으로는 하루 네다섯 시간이 적당하고 여름철 하루 두 번의 샤워가 알맞은 듯하다.
일 많이 한다고 소출이 마냥 많이 나오는 텃밭도 아니고, 더 많이 나오는 소출을 원하는 욕심도 없으니 지금의 텃밭생활이 아주 적절한 수준이다.
신체와 정신을 눈이 편한 푸름에 싸여있는 자연텃밭에 맞길 때에 텃밭을 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맞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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