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8. 18:28ㆍ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에 사과나무가 열 개나 된다.
그런데 주인의 돌봄을 전혀 받지 않았던 기간이 8년을 넘다보니 사과가 제대로 달린 적이 없다.
어느 해인가 어린아이 주먹크기의 사과를 몇 개 따먹은 기억이 전부이다.
올 봄에 사과나무 아래의 잡풀을 정리하고 해가림방지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전지를 해주고는 또 사과나무가 있는 밭에 발걸음을 아예 하지 않다가 매실밭에서 난리를 피운 멧돼지 때문에 사과밭은 어떤가하고 가보았다.
몇 개의 사과나무에 사과가 달려있다!
그런데 그 사과가 눈깔사탕 크기이다!
암만해도 그럴 리가 없는데...... 품종을 골라 심은 사과묘목이 접붙인 녀석은 죽어버리고 뿌리 쪽에서 원목이 자라나 개사과인지 화초사과인지 애기사과인지가 달렸다고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농업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매년 보통 13번 내외의 농약을 쳐야지만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사과를 얻을 수 있다는데.....
기적의 사과를 연출한 기무라 아키노리가 자연농법에 의한 무농약 사과를 만들어 성공하기까지 9년간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삶까지 헤매고 고생을 했다는데..... 돌밭주인이 이 나이에 그를 닮아갈 일 있냐?
뭐 나 같은 날라리가 엉터리자연농법으로 누워서 사과 알을 받아먹겠다고?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열 번을 읽어본들 내 돌밭이 저절로 옥토가 되고 농약 한 방울도 안 쓰고 좋은 사과 열매가 열리겠냐?
내게는 올해 만난 개사과가 딱이다!
작고 못생겼어도 따서 먹어보니 내 입맛에는 먹을 만하다.
작아서 껍데기를 까먹을 수도 없고 그냥 통째로 씹으니 씹을만하다!
텃밭주인이 그 모양이니 자라는 애들도 그에 맞추어 자라나보다!
아마도 올해 좀 달린 걸 보니 내년에는 더 많이 달릴 것 같다.
생각 끝에 내년부터 개사과를 많이 먹는 방법으로 즙을 내어 먹는 걸로 결론을 냈다.
푸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사과나무를 자라지 못하고 모주리가 되었다고 베어버릴 수는 없다.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작은 열매나마 많이 달리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될 일이다.
돌밭에 제멋대로 자연농법이 완성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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