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4. 18:47ㆍ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낭만과 평온을 즐기기 위하여는 그 전에 많은 땀을 흘려야한다는 평범한 원칙이 살아있는 장소가 바로 텃밭이다.
오로지 가족의 먹거리를 얻기 위한 텃밭이라면 봄철에 진한 노동을 한 차례하고, 그 이후에는 조금씩 텃밭작업을 위해 잠깐잠깐의 노동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텃밭이 크고, 농막과 여러 가지 부대시설을 갖추고, 다른 즐길 거리가 여럿 있으면서 텃밭에서 지내는 날이 많으면 언제나 일거리가 많이 있게 되어 자칫하면 종일 노동을 하여야하는 힘들고 고단한 신세를 벗어나기가 어렵게 된다.
게다가 농사에 관한 욕심이 많이 붙어서 여러 가지 작물로부터의 생산물을 많이 얻으려고 한다면 아마를 벗어난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서 관행농법에 의한 농사방법을 택하게 되고, 어느덧 텃밭주인은 텃밭이나 즐기지 하는 처음의 생각을 잊고서 고달픈 나날을 보내게 된다.
프로는 농사로 소득을 올리는 지식을 갖추고 자본과 시간을 투자를 하면서 농사일에 전념을 하지만, 어설픈 아마는 일만 벌리고 집중도 못하니 욕심대로 소출을 얻어 만족한 결과를 얻으면서 몸과 마음이 편하게 농사를 즐기기가 힘든 것이다.
텃밭을 즐기려면 텃밭 이상의 욕심을 버려야한다.
욕심이 늘면 일거리가 늘고, 노동이 늘고, 걱정이 늘고, 즐기는 시간이 줄고, 웃음이 줄게 되니 취미수준의 텃밭을 심신을 단련하면서 즐기려면 무엇보다도 욕심을 버려야한다.
텃밭을 하면서 집의 먹거리를 풍족하게 얻고도 남에게 나누어주거나, 심지어 남에게 팔겠다는 욕심을 부린다면, 그러한 생각을 가질 때부터 바로 고생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친환경 농법, 유기농법, 자연농법 등의 개념을 벗어난 길을 가게 될 수 밖에 없어 텃밭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벗어나게 되고 어설픈 프로의 세계로 빠져드니 텃밭하면서 자연의 숨결 속에서 여유로운 느림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아예 잊어버리게 된다.
텃밭은 그 밭이 크던 작던 관계없이 그냥 텃밭이라는 뜻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소출을 얻도록 농사를 할 때에 비로소 맘에 드는 맛을 지닌 농작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에 생각했던 텃밭을 하는 즐거움을 얻게될 것이다.
텃밭에서 농사가 아닌 다른 즐길 꺼리를 할 때도 공으로 힘들이지 않고 단물만을 맛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농사가 어렵듯이 다른 걸 즐기더라도 시간과 땀을 투입하여야 제대로 텃밭생활, 자연생활, 전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텃밭에 꽃을 가꾼다하여도 꽃밭을 만들어야하니 삽질과 호미질을 하면서 땀을 흘려야하며, 시원한 그늘에서 자연풍을 즐기면서 낮잠을 달콤하게 자려한다 하여도 그늘을 조성하고 평상이 있는 마당을 가꾸는 노력을 하여야 맘 편히 누울 수가 있는 것이다.
텃밭에 연못을 만들어 놓고 즐기는 경우에도 참으로 할 일들이 많다.
힘들여 연못이 만들어진 다음에도 수시로 잡초를 뽑아내고, 공간에 어울리게 수목과 꽃을 심으며, 연못물이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통수되도록 하여야하고, 연못물이 허투루 배수구 아닌 곳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뚫린 구멍을 막으면서 보수해야 하고, 깨끗한 연못에 어울리는 물고기와 물풀이 들어있게 보살피면서 자연의 멋이 깃들여지게 유지해야하니 연못주인은 언제나 조금씩은 할 일들이계속해서 있게 된다.
게으름을 좀 필라싶으면 연못의 얼굴이 바로 지저분해진다.
그런 지저분한 연못 옆 바위에 걸터앉아서 명상에 들어간들 마음이 평온해질 리가 있을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농사나 시골생활도 나태하고, 노력 안하고, 돈 안들이고 남들보다 더 재미나고 보람 있게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노동을 운동으로 삼아 적절하게, 시골생활을 나태하지 않으면서 심신이 쾌적하게, 나이 들어가면서도 퍼지지 않고 언제나 싱싱하게, 맑은 마음으로 농사를 즐기면서 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시간, 건강, 돈, 가족, 기타의 환경을 장애라고 핑계 삼지 말고 생각이 있으면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젊으면 준비하고, 늙었으면 바로 시작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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