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농기구

2006. 10. 23. 15:25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에서 농사를 하는데 필요한 농기구가 꽤나 많다.

경운기나 관리기를 전혀 쓰지 않고 텃밭을 일구니 모두 몸을 이용하여 농사를 하느라 손바닥엔 항상 굳은살이고 손톱 끝에는 까맣게 때가 끼어있다.

마누라한테 핀잔은 받지만 이따금 손톱과 이로 물어뜯어내는 재미도 있다.

텃밭 일을 하다가 연장을 그대로 놔두고 며칠을 보내는 경우도 많고, 몇 가지 연장을 여기저기 내깔겨두어 필요할 때에 찾아 헤매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처음에는 멀쩡하게 있던 연장이 없어져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동네사람들을 의심을 한 경우도 있었다. “빌어먹을! 호미자루 몇 푼 된다고 좀스럽게 그걸 가져가?”하며 인상을 쓰며 선호미로 김을 매다가 한쪽 구석에 얌전히 놓여있는 길들은 호미를 찾아내고는 작은 입이 주먹 들어갈 만하게 째지며 웃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한 해프닝은 호미, 선호미, 조선낫, 왜낫, 쇠스랑, 삽, 쇠갈퀴, 곡괭이 등이 주인공을 바꿔가며 일어났고 결국은 모두 찾아내니 매번 동네사람들만 애꿎게 의심을 한 꼴이 되었다.

내 마음이 아직 착하지 못하여 공연히 남만 의심하였구만 하며 창피스런 나 자신을 책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각종의 연장들을 손질하고 찾아내기 편하게 취수탑아래 연장함이나 화장실의 빈 공간에 정리하여두는 버릇이 생겼다.

호미, 모종삽, 왜낫 등 작은 놈들은 쓰고 나서는 언제나 돌탑외등 아래 연장보관 구멍에 가지런하게 놔두고 있으며, 쇠스랑, 평삽, 갈퀴, 망태기, 똥바가지, 거름통 등은 쓰기 편하게 농막 한쪽 구석에 보기 좋게 정렬해 놓는다.

농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농심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고 수양을 쌓게 되니 남의 연장 같은 건 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안 이상 연장을 도둑맞는다는 건 아예 생각도 못할 일이다. 하루 종일 텃밭 일을 하여도 만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시골 산 아래 텃밭에서 연장을 가두고 자물쇠를 채울 일이 아니다.  텃밭 농사 삼년에 얻은 결론은 농군은 남의 연장을 필요할 때 쓰는 경우는 있으나 쓰고 나서 그 자리에 반드시 돌려주고 가져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 주변의 주말농장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농기구 분실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나 같은 아마들이 반드시 배우고 익힐 농심에 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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