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근로소득세를 내게 되려나?

2009. 9. 18. 15:27마음, 그리고 생각

 봉급을 받아 본지가 벌써 만 6년이 지났다.

봉급생활을 끝내고 덧없이 흐르며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하기만 할 수 없기에 텃밭생활을 하였다.

30여년 봉급쟁이 했지만 가진 돈이 별로 없으니 무슨 사업을 새로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구들장에 누워 빈둥거리며 지내기는 넘치는 힘이 아까웠고,

아내의 구멍가게에 나가서 있자니 공간이 부족했고,

환갑도 지나지 않은 나이에 옛날을 돌아보며 막걸리 나누면서 옛이야기를 떠들자니 무력해지는 인생을 넋 없이 바라만 보게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남의 아파트 한 평 값도 안 되는 것이지만 나에겐 크나큰 텃밭을 산 것은 참으로 잘 한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구멍가게이나마 필사적으로 운영하며 살림을 꾸려왔기에 텃밭생활이 가능하였던 것은 내겐 큰 복이다.

 천삼백여 평이나 되는 넓은 풀 천지 텃밭을 선호미 들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면 개구리와 메뚜기들이 시녀처럼 쫓아다니고,

가지런히 도열해있는 고추, 들깨, 옥수수들이 신하들처럼 맞이하며,

땅콩, 고구마, 부추, 무와 배추들이 수많은 백성들처럼 부복하니

널찍한 텃밭에서 왕 노릇하는 맛도 즐길만하다.

 뜨거운 한낮에는 냇가에 발 담그고 책 읽고,

해저물고 서늘해지면 불경 읽고 좌선하니 마음이 밝아진다.

 새벽부터 두세 시간, 해지기전 두세 시간 땀 흠뻑 흘리며 일하는 농사일은 운동이나 다름없으니 텃밭생활이 즐거워진다.

 텃밭이 바로 도량이니 텃밭에 있음으로 내가 삶을 느끼고,

내가 텃밭에 있으니 텃밭이 싱싱하게 살아 자연의 맛을 내게 아낌없이 준다.


 며칠 전에 모 저축은행에 이력서를 냈고, 대주주인 회장님과 두 차례 면담을 가졌다.

그 분이 내가 퇴직 후 6년 동안 텃밭생활 한 것을 하릴없이 “논” 것으로 보지 않으니 내 마음이 기뻤고,

그렇게 바라보는 그 분을 “모셔야겠다”라는 마음이 굳어졌다.

 이달 25일에 주총을 한다.

주총일에 나오라면  그 저축은행에 출근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혹, 주총일에 나오란 이야기가 없다 하여도,

지나간 며칠간은 나에게 좋았던 날로 기록될 것이다.


 갑이 돌아온 나이에, 게다가 백수 된지 6년이 지났는데도 내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가 있으니 참으로 기쁜 마음이 가득하다.

텃밭을 하는 마음으로  그 저축은행을 호미질하며 가꾸고 싶다.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게 하고, 튼튼하게 그리고 크게 도약하는 저축은행으로 만들어가는 재미를 맛보고 싶다.

그 저축은행이 바로 나의 텃밭이고 내 마음을 가꾸는 도량이 되기를 빌고 있다.


'마음, 그리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저축은행 은행장에 취임하며  (0) 2009.10.06
고구마를 캐야하는데  (0) 2009.10.02
문화생활  (0) 2009.07.28
부침개  (0) 2009.07.14
고해성사  (0) 2009.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