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야하는데

2009. 10. 2. 07:22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다가 바쁜 일이 생겼다.

그러니 텃밭을 비워두는 기간이 자꾸 늘어간다.

주인이 거두지 않고 있는 고구마는 맛 좋은 고구마를 푸대접 한다고 원망을 하고 있다. 고구마의 우는 소리가 자꾸 자꾸 들려온다.


 엉터리 취미농군이 갑자기 양복입고 엄청 바빠진 것이다.

맡은 일이 저축은행 은행장이라 얼렁뚱땅 시간 보내며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더욱 깨끗하고, 튼튼하고, 도약하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하니 텃밭은 이미 저 멀리 떨어져있는 신세가 되었다.

 고구마와 고추가 빨리 캐고 따라고 아우성이다.

까만 찰옥수수와 녹두도 따달라고 난리이다.

김장 무와 배추는 웃거름을 목 빼며 기다리고 있고, 비닐하우스 안의 잘 익은 토마토는 아마 새 밥이 된지 며칠 지났을 게다.


 혼자 텃밭에 가서 느릿느릿 소출을 거두는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아무래도 고구마 캐기 번개를 하여야 좋을 것 같다.

농촌체험을 하며 자연의 맛을 보는 즐거움을 보겠다는 직원들을 텃밭으로 불러 모아 하루를 즐기게 하여야겠다.

아무리 농사를 모르고 농촌을 모르는 젊은이들 이라고 하여도 때 묻지 않은 산골마을 텃밭에서 손에 흙 묻혀가며 소출을 거두는 가족나들이를 하는 것은 즐거울 텐데..................

그 건 엉터리 취미농군의 생각만일까?


 벌써 추석이다.

여름철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이틀 동안 더위가 기운을 좀 뽐냈지만, 오늘 아침은 서늘한 기운이 돌아 도시에서도 가을을 느끼게 한다.

텃밭은 틀림없이 추울 것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거둘 것이 많고 돌볼 것이 많다.

그러나 완전한 주말농장으로 변신해가는 텃밭은 그 모양이 보지 않아도 뻔하다.


 내년에는 올해처럼 혼자서 텃밭농사를 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볼 품 없는 텃밭을 만들어 놓고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니 아무래도 텃밭 쟁이 두어 명 유혹하여 텃밭주인을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주말에 동행하며 텃밭을 가꾸는 재미를 이어가는 것이 6년간 정들여 어루만진 텃밭에 대한 도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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