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1. 16:54ㆍ농사
이른 봄날 텃밭에 왔지만 할 일은 별로 없다.
아니 별로 없지만 텃밭 곳곳에 할 일이 넘치지만 굳이 서두를 것까지는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게다.
가져간 대서 씨감자를 열어보니 싹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여 마냥 늦장을 부리기도 뭣해서 반씩 잘랐다.
길게 나온 씨눈은 떼어내고 말리다가 밖에 만들어 놓은 화덕이 눈에 들어오면서 재가 생각이 났다.
씨감자의 자른 면을 말리는 것 보다야 깨끗한 재를 묻혀 소독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기에 화덕에 마른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땠다.
화덕에 솥을 앉혀 오골계 한 마리 푹 삶으면 제대로 된 화덕시운전인데, 오골계도 함께 먹을 사람도 없기에 재를 만드는 시운전으로 족할 수밖에.
매실나무 전지한 마른 잔가지라 연기도 없이 잘 타고, 화덕구명을 바라보는 나를 뜨끈한 불기운이 덮는다.
타고난 뒤에 불씨 없는 재를 거두어 씨감자의 자른 단면에 골고루 묻히고 작년에 땅콩 심었던 이랑에 심었다.
작년에는 3월27에 씨감자를 심었었는데, 올해는 3월20일로 일 주일 빠르지만 잘 된듯하다.
대서 씨감자 4K을 반으로 자른 것이 90여개이니 양도 적당하다.
작년과 달리 씨감자를 두둑에 깊지 않게 심은지라 밭 흙의 마름을 방지하고 발아를 촉진하기 위하여 두둑을 비닐로 덮어주었다.
싹이 오르면 비닐을 벗겨내고 선호미로 대강 김을 매주면서 흙을 돋아주면 하지감자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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