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8. 12:17ㆍ삶의 잡동사니
와~~~! 무지 덥다.
조금만 움직거리면 땀이 솔솔 배어나오고, 낫이나 호미 좀 들고 웅크리고 한 고랑 왔다 갔다 하면 아래 웃옷이 금방 물에 흠뻑 젖어 흐른다.
냉장고에 넣어 둔 냉수가 최고다.
장마가 끝나고 진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막앞쪽 풀밭의 온도는 섭씨 36도! 차광막에 올라선 수세미 잎줄기에 올려 놓은 온도계는 42도!
점심식사도 뜨거운 걸 피하니 귀찮게 국 해 먹을 일없고, 반찬을 접시에 먹을 만큼 내어서 깔깔한 잡곡밥과 함께 천천히 씹어 먹으니 이 더위엔 그 자체로 꿀맛이다.
텃밭에서 난 육쪽마늘과 청양고추를 된장 찍어 먹어도 그 속도가 느린지 선풍기만으로도 땀은 안 난다.
농막 안의 온도는 31도로 선풍기 저속회전으로 틀어놓고 누워서 뒹굴뒹굴 하면서 책을 보기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저녁에 먹을 옥수수 두개와 방울토마토 한 공기를 따러 나갔다.
밭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얼굴로 확 올라온다. 바로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밥공기와 접시를 개울로 가서 닦으며 발을 물에 담가본다.
오매! 시원한 것!
그릇 갖다놓으며 반바지만 입고 개울로 들어가 본다. 아주 살만하다.
개울물 온도는 섭씨 21도! 뽕나무 잎으로 가려진 개울 위쪽엔 25~26도를 가리킨다.
요즈음 집에서 습하고 더울 때 에어컨을 제습으로 가동하여 쾌적함을 얻는 온도이다. 개울가엔 바람이 이따금 살랑거리며 시원함을 더하니 집의 거실보다 훨씬 품격이 있다. 산골짝 농막의 자연 그대로 웰빙의 한 단면이다.
지난 폭우에 혼이 좀 나긴 하였어도 한편 얻은 것도 있다.
비록 손가락 다쳐가며 작업을 하고 땀을 쏟기도 하였지만 그런대로 꽤나 좋은 물 놀이터를 정비하였으니 텃밭모양이 한결 좋아진 것이다.
요즘은 농막 뒤에 붙은 샤워 실에서는 목욕을 안 한다.
농막 바로 옆의 노천목욕탕의 흐르는 물이 엄청 좋은 데, 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텃밭 샘물을 굳이 끌어올려 물을 쓸 일이 없는 것이다.
설거지하고(밥알 하나 반찬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먹으니 물로만 닦아도 됨), 빨래하고(세탁비누 한두 번 쓱싹 문지르면 그만), 목욕하는 일을 시원한 곳에서 하니 아주 편하고 좋다. 개울 아래쪽에서 개울물을 이용하여 살림을 하는 집도 없고, 뽕나무에 가리고 멀리 떨어져있으니 신경 쓸 일도 없고, 내 멋대로의 세상공간이다.
*빨래터
동네의 아이들이 별로 없고, 촌로가 더위에 하릴없이 다니질 않고, 땡볕에 산 쪽으로 땀 흘리며 누가 올라올 일도 없으니 텃밭개울은 그야말로 텃밭주인만의 물 놀이터이다.
에구! 누가 올라오나? 웬 자동차소리?
전기 검침하는 아줌마다. 반바지 얼른 입는다.
반바지만 입고 개울에 있는데도 바로 가지를 않는다.
이달엔 몇 키로 쓰고 사용료는 얼마이고.... 몇 마디 더 수다 떨고... 친절봉사직원이 삼 분여를 이야기하다가 돌아간다. 복장만 제대로면 농막에 가서 냉수라도 한 컵 주련만.....
모처럼 하늘에 뜬 구름이 한적하고 보기 좋다.
다시 고요한 텃밭이다.